팬덤 급행열차 ‘프로듀스 101’이 만든 길

-워너원 ‘에너제틱’음원차트 석권
데뷔콘서트 매진 인기몰이 실감
-방송사들 ‘급행’ 프로그램 구성 준비
연예기획사도 콘텐츠 제작 힘모아

Mnet ‘프로듀스 101’ 효과가 엄청나다. 말그대로 역대급 팬덤이다. 이를 통해 배출된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워너원은 7일 음반발매와 동시에 난리가 났다.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7개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16일 현재 멜론차트에서 여전히 1위에 올라있다. 무려 10일째 1위다. 팬덤이 합세해 ‘총공(격)’을 펼친 결과다.

고척돔 데뷔 콘서트는 2만여석이 꽉 찼다. 공연은 저녁 8시부터 시작됐지만, 오후 2시 이후에는 고척돔 주변을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여학생들로 붐볐다. 20만원짜리 암표가 돌았으며 공연을 못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섭섭한 표정들도 대거 눈에 띄었다.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워너원은 7일 음반발매와 동시에 난리가 났다.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7개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16일 현재 멜론차트에서 여전히 1위에 올라있다. 무려 10일째 1위다. 팬덤이 합세해 ‘총공(격)‘을 펼친 결과다.

‘프로듀스101’은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제도에도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화 하면 이렇다. ‘프로듀스101’은 급행열차이고, 연예기획사의 신인개발팀이 운용하는 연습생은 완행열차가 됐다. 모두 급행열차를 타고 싶어한다. 누가 완행열차를 타려고 하겠는가?

한 기획사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프로듀스 101’시즌2 방송을 앞두고 담당PD는 남자연습생들을 뽑기 위해 기획사들을 수소문했다. 한 기획사 신인개발팀장은 연습생들에게 “우리도 2~3명 보내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라고 물어봤다. 한 연습생은 “저는 아직 준비가 덜돼 노래와 춤을 더 연습해 실력을 키운 후에 나가겠습니다”고 사양했다.

그런데 자기보다 훨씬 연습생 경험이 적고 준비가 덜된 연습생이 ‘프로듀스 101’에 나가 최종 11명안에도 들어갔다. 출연 기회를 넘긴 연습생은 머리속에서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프로듀스 101’은 완성도 높은 연습생만을 뽑는 곳이 아니다. 못해도 ‘국민 프로듀서’ 또는 ‘육성회원’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시청자들이 지지하면 된다. 이들은 자신의 ‘오빠’(나이가 어려도 잘 생기기든가 해서 매력이 있으면 오빠가 된다)에게 “지금은 잘 못하지만 앞으로 잘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주며 적극 투표에 참가한다. 이것이 같이 커나가는 것, 이른바 육성시스템이다.

문제는 급행열차는 자주 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젤리피쉬, 판타지오, 큐브 등 급행열차(프로듀서101)에 잘 타는 기획사가 요즘 때아닌 인기다. 급행열차를 타기 위한 임시거처로도 활용될 수 있다. 대기하다가 급행이 오면 타고 안오면 완행을 타고 준비를 더 해서 데뷔한다는 전략이다.


급행열차가 자주 오지 않자, 다른 방송사들도 뒤늦게 급행열차를 만들어 빨리 가고싶은 연습생들이나, 속도를 못받은 전현직 아이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KBS는 10월 방송 목표로 아이돌 리부팅 프로그램 ‘더 유닛’을 준비중이다. 간이역에서 오래 쉬고 있거나 속도가 너무 느린 전현직 아이돌들은 이 참에 급행열차로 갈아탈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기획한 한동철 PD를 스카우트한 것도 오디션 서바이벌물을 만들기 위함이다. SBS, MBC도 급행열차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 과정에서 연예기획사의 방송국화와 방송국의 연예기획사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획사는 지상파와 케이블 PD들을 스카우트해 방송국 모습을 갖춰가고 있고 엠넷 같은 방송사는 ‘아이돌학교’‘프로듀스101’을 톨해 아이돌을 뽑아 육성하고 데뷔시킨다. 양측이 모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아 콘텐츠를 장악하려다 보니 서로 비슷한 방향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

YG, SM, JYP 등 대형기획사들은 신인을 데뷔시킬 때마다 엠넷 등 방송 프로그램을 전세내다시피 해 리얼리티물을 론칭시켰다. 트와이스, 위너 등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쳐 데뷔했다.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시청자들을 육성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송국을 끼고 콘텐츠를 만든 것의 효용가치를 알아버렸다. 이제 방송국이 시청률도 높이고 사업성도 있는 ‘프로듀서101’ 모델을 본격 가동시키고 있다.

두 차례 시즌이 진행된 ‘프로듀스101’은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팬덤을 기본으로 한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신규팬덤이 아니다. 신규 팬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팬덤의 쪼개먹기, 이른바 팬덤 제로섬 게임이다. 이에 따라 이미 데뷔한 신인급 아이돌들의 애로사항이 참 많다. 기존 아이돌그룹의 음반 발매량도 1만~2만장 정도 줄어들었다.

‘프로듀스101’ 모델과 연예기획사의 입장, 누구 하나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팬덤, 완성도, 매력, 트레이닝 시스템, 방송사와 기획사의 역할 분담과 업무 조정, 원칙과 현실의 문제 등에서 공존 방법을 짜내야 할 때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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