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LA한인의류업계 중국 진출…중국 관계자들에게 직접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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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오프라인 도소매 시장을 공동 개척할 합작법인 C21의 핵심 멤버인 천진잉다투자유한공사 잉저충 회장이 LA지역 한인의류업체들의 중국내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커스-LA한인의류업계 중국 진출…중국 관계자들에게 직접 들어보니

지난 10여년간 LA지역 한인 의류도매업계는 격변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10여년전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고객들이 중국과 직접 거래를 늘리며 급격하게 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을 경험 한 바 있다.

이후 디자인과 소재 개발과 함께 가격 절감을 위한 노력 덕에 미국내 주요 의류 유통업체들과 거래 관계를 넓혀 왔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매장수 100개 내외의 의류 유통상들이 앞다퉈 파산 또는 파산 보호 상태에 이르면서 제품을 팔 곳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내 오프라인 매장이 포함된 온라인 중심의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1년 넘게 추진해 온 이 사업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오지 않아 업계의 관심이 차츰 멀어져 갔다.

하지만 최근 라스베가스와 LA에 중국내 유통을 담당한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그들은 말로만 듣고 자료로만 보던 LA 한인 의류상권의 위상도 확인했고 또 일부 업체 제품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중국 시장에서 바로 통할 것이라는 의지까지 보였다.

중국내 의류 내수시장은 연간 3000억 달러 규모로 이미 지난 2015년 미국내 의류 매출 규모를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 비중이 미국에 비해 두배 이상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은 효율적으로 협업이 이뤄지면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국 업계간 협업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내 합작법인 C21얼라이언스의 관계자들은 LA지역 한인 언론으로는 처음이자 단독으로 만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라스베가스와 17일 LA에서 천진잉다투자유한공사 잉저충 회장을 중심으로 관계자 6명 전원과 두 차례 진행됐다.

▲ 왜 LA한인 의류업계인가?

왜 라는 질문이 가장 앞설수 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의류 제품이 많고 인접한 한국과 일본만 해도 가능성이 큰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2년 가까이 한인의류협회 김대재 부이사장을 중심으로 LA와의 협업을 준비해 왔고 이를 본격화 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6일 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라스베가스와 LA를 방문했다.

천진잉다투자유한공사 잉저충 회장은 “자료를 통해 봤던 LA지역 한인 의류업체들의 제품을 대형 트레이드쇼를 통해 처음 접했고 또 일부 업체는 LA로 와서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중국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잉 회장이 꼽은 LA지역 한인 의류업체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디자인이다.

1500개에 달하는 한인 의류업체 대부분의 제품 기획과 세일즈 및 마케팅에 집중해 판매처를 늘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최소 3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에 달하는 디자이너가 한 지역에 있으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곳은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중국에는 더 많은 의류 업체들이 있지만 생산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제품 자연히 기획 능력은 떨어지고 유행하는 제품을 비슷한 모습으로 싸게 생산하는데 급급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단과 부자재 역시 차별화를 꾀했고 의류 완제품의 마무리 역시 고급화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도 밝혔다.

초저가 의류 유통상부터 고급 백화점까지 다양화된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의 거래처를 봤을때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가 의류 제품 판매에 가장 적합한 협력 지역이라는 의견이다.

▲양국간 협업 방향은

우선 경쟁력 있는 한인 업체들의 중국내 온오프라인 도소매 유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1500개 달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재로 만든 제품만 통할 것이라는 것이 C21측의 의견이다.

저가형 제품 보다는 중고가이면서 나름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중인 업체에 해당된다는 이야기다.

직접적인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무역 과정에서 다양한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한인업체들에게 관세 등 중국내 각종 세금을 줄이거나 환급해 주는 역할도 C21에서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 물류 활용으로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아직 중국과 생산 관련 거래가 없다면 신규 생산 공장 발굴도 C21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 궁긍적인 목적은?

C21측에 직설적으로 물었다. 궁긍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대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잉 회장은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에는 H&M이 있고 영국엔 탑샵이 있다. 가까운 일본역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있지만 중국은 아직 다른 나라의 제조 공장 역할과 내수 판매에만 그치고 있다.

미국은 포에버21이라는 브랜드가 전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고 이 업체의 발전에는 LA지역 한인 의류 업체가 있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말했다.

잉 회장을 비롯한 C21측 관계자들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 처럼 중국에는 의류 생산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디자인과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5000명에 가까운 디자이너들이 기획한 제품들을 바탕으로 포에버21이 급성장 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LA한인의류업계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이번 한인 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단순히 자체 디자인 제품의 하청 업체가 아닌 개별 브랜드의 중국내 도소매 시장 확대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하청업체가 기획 생산한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팔기 보다는 중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먼저 심고 이들 업체와 함께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만든다면 부가가치와 고객 만족도 모두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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