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임시완의 사랑법과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홍종현의 사랑법은 극과 극이다. 직진사랑에 대한 지지자 ‘원산러‘와 몰래사랑에 대한 응원자 ‘린산러’를 양산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왕은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부족하다. 사극멜로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멜로가 가미되어야 감상할 맛이 나고 시너지가 난다. ‘이산‘에서 정조인 이서진과 한지민의 멜로도 그렇게 강화됐다.
‘왕은 사랑한다’는 안그래도 이야기가 부족한데, 그것이 멜로 때문에 뚝뚝 끊어진다. 스토리는 여자와 사냥에만 열중하며 정사를 돌보지 않는 고려말 충렬왕(정보석)과 이에 맞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려는 아들 왕원(임시완)의 갈등, 또 충렬왕-원성공주(장영남)의 갈등이 있다.
여기에 충렬왕의 명령에만 따르며 자신의 안위와 이득을 취하는 송방영(최종환)과 충렬왕 편에 있지만 머리가 뛰어난 ‘숨은 실세’ 송인(오민석)의 이야기 정도다. 물론 고려말 원나라에 공녀로 가지 않기 위해 신분을 바꿔치기 하는 등 당시를 엿볼 수 있는 스토리도 가미된다.
드라마는 충렬왕과 아들인 왕원의 갈등이 긴박하게 전개되다가 갑자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산속에서 왕원-은산- 왕린, 세 남녀가 뮤직비디오를 찍는 듯한 멜로 분위기가 전개됐다.
이런 식의 구성은 스토리가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걸 막는다. 그 이전 일이지만 임시완이 군권을 장악해 정보석에게 통쾌한 반전의 한방을 먹이는 장면도 힘이 빠진다. 평론가 정덕현이 지적했듯이 송인(오민석)은 악인이지만, 선과 악을 넘나들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의 욕망과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맥이 끊어지면, 세자폐위 등을 계획했던 송인도 뭔가 보여줘야 할 걸 못보여주면서 권력자 옆에 붙어 있는 ‘동네 조폭’ 수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현재 ‘왕은 사랑한다’의 급선무는 스토리 진행과 멜로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별 의미 없는 멜로 분량 늘리기는 시청자를 더 잃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