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을 맞은 소녀시대의 티파니·서현·수영이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SM측은 “소녀시대의 해체는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약을 맺은 5명과 다른 소속사를 택하게 될 3명이 이전처럼 함께 소녀시대로 활동하기는 어렵게 됐다. 3명이 ‘탈(脫) SM’하는 이유에 대해 연기와 유학 등을 들고 있지만, 윤아와 유리 등 잔류한 멤버들도 연기를 하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소속사를 달리 한채 하나의 그룹으로 활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멤버가 5명으로 줄어든 소녀시대의 새로운 출발을 예상해볼 수 있다.
사후해석이지만 소녀시대는 이미 음악으로 전진을 보여주지 않아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했다. 2014년 멤버 제시카의 탈퇴로 9인 완전체가 아닌 8인조가 된 이후 처음 발표한 앨범 ‘Lion Heart’(2015년)때부터 음악이 바뀌었다. ‘훗’ ‘Run devil run’‘The boys’ ‘I got a boy’라는 실험과 도전 대신 복고와 역사를 얘기하는 듯 했다. 2017년 발표한 ‘Holiday Night’도 10주년을 축하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는 듯했다.
이 음반 더블 타이틀곡의 하나인 ‘All Night’은 원숙해진 멤버들이 등장해 모두 한마디씩 10주년 기념사를 내놓는 디스코풍 뮤직비디오가 기억에 남는다.
“나와 똑같은 분신 같은 사람이 7명이나 있다고 생각하면…”(수영)
“힘 내면 잘될 수 있다. 이런 위로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티파니)
“예뻤던 시기를 함께 지내온 사람들이고..”(윤아)
10주년을 회고하는 노래니만큼 복고풍을 띨 수 밖에 없지만,소녀시대도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음원차트에서도 과거와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소녀시대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걸그룹이 될 것인가 하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대중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소녀시대는 그 자체가 한국 걸그룹의 역사다. 한마디로 독보적이었다. 소녀시대는 영원히 함께 하길 원했지만 영원이란 건 없다.
세련의 정점을 보여주었던 ‘태티서’를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된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규모 다이어트를 하게 된 소녀시대의 두번째 스테이지(두번째 단계)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