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기술경쟁력·부족한 예산 발목
국내 스마트공장 80% 걸음마 수준
“정책 전환·방향성 개선 우선돼야”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혁신성장 기반 구축의 핵심 방안으로 ‘스마트 공장’ 보급 확대를 내세우는 가운데, 정책에 대한 인식과 방향성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급과정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현재 체계로는 고객 수요에 민감하게 반영해야 하는 신(新) 산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국내 스마트공장 공급사의 기술경쟁력과, 부족한 관련 예산 지원도 문제로 지적된다.
23일 중소기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 2022년까지 스마트 공장 2만개를 현장에 보급하고,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더 길게는 2025년까지 스마트 공장 누적 보급량을 최대 3만개까지 늘리고, 현장·전문 분야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스마트 공장 융합인력 4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공장은 정보통신(ICT) 기술을 제조업에 접목해 공장의 모든 요소를 완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사물과 사람, 데이터와 서비스가 통합된 플랫폼으로 최근 각광받는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자 핵심요소로도 꼽힌다. 국내에는 지난해 기준 2800여개의 스마트 공장이 보급된 것으로 추산(산업통상자원부)되는데, 스마트 공장 설치 기업의 생산성이 23% 증가하고 불량률과 원가가 각각 46%, 16% 감소하는 등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기에는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 공장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4가지로 정의한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 국내에 설치된 1240개 스마트 공장 중 82.3%는 기초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간1·중간2 수준은 각각 14.6%, 3.1%였고, 고도화 기업은 없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 공장은 생산이력과 물류를 추적·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정책 설계자인 정부와 수요자인 기업에게 모두 ‘수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런 폐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스마트 공장 관련 정책의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과 유연성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정부가 업계에 제시한) 스마트 공장 표준 플랫폼에는 수요자가 배제된 채 공급과정의 효율성 제고만이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낮은 국내 스마트 공장 기반산업 및 국내 공급사의 기술경쟁력과 부족한 예산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 공장 관련 기술 수준은 83.4점으로 미국(100)·유럽(98.9)·일본(97.1) 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스마트공장을 2만개까지 늘린다는데, 공장당 예산이 5000만~1억원으로 적은 수준(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즉, 잘못된 정책 방향에 부족한 예산 문제까지 더해져 차세대 산업발전 속도를 감당할 수 없는 낮은 수준의 스마트 공장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