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니 한국 파주에서 추석 전날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짖는 것에 화를 내는 남편과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다. 짐승 중에 특히 개는 낯을 가려도 자기를 좋아하는 눈치를 가장 잘 알고 마음을 준다. 오죽 여자가 끼고 살았으면 질투 아닌 성질을 부렸을까마는 요즘 한국 여자는 무섭다.
한때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사람 뿐 아니라 미국에 건너온 대부분의 남자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기를 펴지 못하고 산다. 미국은 여성상위 대접이다.한국사회에 통용되는 남성의 권위는 봉급이 여자통장 앞으로 입금되는 바람에 아내에게 비위 맞추어 가며 용돈을 타서 쓰는 처지가 되어 점차로 경제적 실권과 함께 추락했나 싶다.
미국에서도 사람 목숨은 150만달러이고 반려견 목숨값은 126만달러나 나가는 만큼 사람이나 남편은 반려견보다 덜 사랑 받는 가보다. 나 또한 예전에 남편으로, 애들 아빠로서 살면서 직장 일에 매달려 무척이나 힘들었다. 특히 잊혀지지 않는 것은 아내와 차를 동승하여 운전하게 되면 “왜 큰 차 뒤를 따라가냐. 왜 옆으로 나란히 가냐. 위험하게!” 라느니 “아니 다녔던 길인데 뱅뱅 도냐?” 는 잔소리다. 아내와 함께 어딜 가게 되면 꼭 입씨름이 생겼다.
“니가 운전해봐. 핸들 잡은 사람 맘이지”
옥신각신하다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냥 한강 올림픽대로를 곤두박질 쳐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내와 애들 비위를 맞추기가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 가정과 직장이고 굴레를 벗어나 훨훨 날아서 내 자신을 찾고 싶었다. 후회가 될지언정.
억수로 내리는 비를 보며 비의 탱고라는 옛노래를 불러본다
“비가오도다 비가오도다” 마지막 작별 울고하는 비만 오면 절로 새어나오는 나의 18번
이웃집 사람들은 이 소리가 들리면 “비가 오는구나”한다
오목교 다리 밑으로 터진 입술
젖가슴 흩어진 골자기로 흐르듯
한강은 온통 젖은 모습
늘어진 지친 진흙창 같은 내 긴 이야기
쇼파서 잠을 깬 으시시 떨리는 오한
아파요 내 맘이 아파요
이 새벽 살내음이 얼마나 상긋할까를
해태공장 아가씨 야채장사 생선장사
살아감 냄새 목숨냄새 피냄새
오염을 토해내는 구정물
그들의 슬픈 내장이 한강으로 퍼질러 내려간
슬픔으로 넘쳐나는 한강
비야 비야 내 맘이 성치 않는구나
글썽이는 눈물 따위는 싫어
춤추듯 쏟아져라
나는 미끄러지듯 쏟는 음율에 맞춰
탱고를 추리라 사랑의 더러움
더러움의 구원의 춤 비에 탱고를
- 자작시 <비에 탱고>
남편은 남편대로 밖에 일이 힘들다고 온갖 잡다한 투정이다. 친구들과 직장 회식하며 술 먹고 들어와도 다 이해하라고 한다. 여자는 여자대로 이성면이나 활동면에서 남자 못지 않게 월등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가사분담하기를 원한다. 남자가 돈을 벌어 주는 게 다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여자도 직장생활에 자녀 돌보기, 명절 증후군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창살 없는 감옥같은 우울증. 한번쯤 신경을 써봐야 한다. 여자를 보호하고 리드하여 챙기는 게 남자만의 책임이 아니며 여자도 콧대 높고 된장녀같이 굴고 본인이 정말 원하는게 뭔지 모르면서 자유를 원한다고만 한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어쩐다하며 우월해지려고만 하면 결국 결론은 이혼이다. 남자는 슈퍼맨이 아니면 그저 루저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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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태/시인·핸디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