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사랑의 온도’ 제작진이 처한 고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그동안 잘 다져온 캐릭터들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있다.

이때문에 제작진도 고민에 빠져있는 듯하다. 시청자들도 제작진의 딜레마를 이해하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사가 언론사에 보낸 ‘현수(서현진)의 최종남자가 정선(양세종)과 정우(김재욱)중 누구와 맺어져야 하는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는 보도자료를 보면 드라마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멜로드라마에 메인 러브라인이 누가 누구와 맺어질 것인가 하는 보도자료는 사라진 지 오래다. 드라마 시청자들의 수준이 그 정도에 머물러 있지 않다. 메인러브라인 향방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보도자료가 나온 것은 제작진이 ‘사랑의 온도’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이탈됐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내용이 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멜로 향방이 조금 왔다갔다 하다 서현진-양세종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보도자료는 헷갈리게 하기, 궁금하게 만들기를 유도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서현진이 김재욱과 맺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기 때문이다.<만에 하나, 서현진이 김재욱과 맺어지게 한다면 양세종 캐릭터인 온정선을 마무리(복원)시키는 건 더 어렵다>

왜 이런 상황을 초래했는가? 작가가 풍성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온도’라고 제목을 정하고 남녀 사랑과 관계의 감정선을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전개와 진행 상황이 여의치 않다. 사랑 이야기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의 이야기, 관계의 이야기, 따로 준비한 메시지도 있을법 하다. 하지만 그 흔한 에피소드도 별로 펼쳐놓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속 남녀주인공들의 직업 이야기는 클리셰로 넘친다. 서현진과 조보아의 작가 이야기는 PD와 갈등하고, 다른 작가를 집어넣고, 두 작가의 경쟁, 질투 코드를 포함시켰지만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셰프로 나오는 양세종(온정선)이 일하는 직업공간 굿 스프도 마찬가지다. 온정선 셰프가 쿡방 프로그램에 나와 식당에 손님이 넘치다, 그건 정도(正道)가 아니라며 방송 출연을 끊자 손님이 줄어들고 투자자(김재욱)로부터 구조조정의 압박과 맞서는 이야기는 고리타분하다. 그나마 박정우(김재욱)가 멋있는 드라마 제작 사업가로 그려지고 있는데, 앞으로의 진행은 걱정스럽다.

특히 조보아가 분한 지홍아 캐릭터는 차라리 악녀라도 되는 게 낫겠다는 자조적 시청자 반응에 직면해있다. 미워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몇번 소리는 질러봤지만 캐릭터가 살아나지 않아 이도저도 아닌 소모성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조보아의 연기력은 아직 미세한 감정선을 표현해낼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간에 하는 KBS ‘마녀의 법정’은 취재에 바탕을 둔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아동여성에 관한 성범죄 사건들을 하나하나 진행시키는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사랑의 온도’의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사랑의 온도’가 에피소드가 부족하거나 구태의연하다보니 삼각관계를 틀어서 뱅뱅 돌리는 ‘게임’의 떡밥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러브라인 떡밥을 던져놓고 시청자와 게임을 하면 반전을 노리겠다는 발상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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