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김재욱, 또 다른 멋을 뿜어낸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다음주 ‘사랑의 온도’에는 정선(양세종)이 현수(서현진)에게 “난 너에게 어떤 존재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함돼야 할 것 같다.

이 말은 뇌동맥으로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현수 어머니를 위해 수술일정을 빨리 잡아준 김재욱(정우)의 도움이 서현진X양세종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7일 방송 극 말미 수술 당일 현수 엄마 병실을 찾은 정우가 현수의 가족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정선(양세종)이 목격하면서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암시했다. 


정선과 현수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현수는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내주지 않는 정선을 서운해했다. 정선 어머니(이미숙)을 만나는 걸 못마땅해하는 정선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언제쯤 나한테 자기 인생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해줄 거냐”는 현수에게 정선은 “난 누군가와 내 깊은 고통을 나눠본 적이 없어. 그걸 당장 하라고 하는 거 아니지 않아?”라고 답해 두 사람의 간극은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았다.

여기에 정선은 현수에게 결정적일 때 도움이 못되고 있다. 반면 정우는 현수에게 필요한 도움을 준다. 그런데 정우는 현수를 사랑한다. 현수 어머니 수술 일정을 압아준 정우를 현수 부모가 마음에 들어했다. 정선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지점이다. 앞으로 정선-현수 관계는 수많은 커플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정선-현수 사이에 끼어 전진을 할 수 없는 정우(김재욱)는 돈으로 이들을 흔들어놓는듯 했지만(흑화의 조짐을 보였다), 이내 포기하고, 조용히 돕는 키다리 아저씨로 남으며 또 다른 멋을 뿜어낸다.

지난 7일 방송에서는 여전히 정선과 현수에게는 아낌없이 호의를 베푸는 김재욱의 가슴 따뜻한 모습이 그려졌다.

정우는 자신을 찾아와 빚 정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선을 애틋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봤다. 매달 나눠 갚겠다 말하는 정선에게 정우는 일부러 “싫다면”이라고 말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이내 “애정관계보다 더 질긴 게 채무관계다. 우리 길게 가자”며 그와의 인연을 쉽게 놓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냈다.

현수를 향한 정우의 애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진 한 회였다. 능력과 인맥으로 미나의 수술 일정을 앞당기고 VIP병실까지 준비해 준 정우를 향해 현수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고, 자꾸만 사적인 일로 도움을 받게 되는 상황에 부담스러워했다. 정우는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며 매번 죄송하다, 미안하다만 반복하는 현수에게 “불편하면 옮겨. 넌 어떻게 나한테 계속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냐”며 서운해했다. 담담히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서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언제, 어디에, 누구와 있건 혼자라는 쓸쓸함을 간직한 김재욱의 아련한 분위기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사랑을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정우는 늘 혼자였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처럼 현수만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정선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을 할 때 다른 이들은 의견을 나눌 파트너라도 있지만 그는 대표라는 직함 아래 외로이 홀로 서 있다. 특히 김재욱은 영미(이미숙)의 독특한 자식 사랑 앞에서 너무 빨리 떠나버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그녀 때문에 힘들어할 정선을 향한 안타까움과 부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정우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회를 거듭할수록 흔들리는 눈빛, 공허한 웃음, 온 몸으로 풍기는 분위기까지 김재욱은 더욱 깊어진 감정연기를 펼치고 있어 그가 남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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