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주기 짧은 걸그룹 ‘귀여움의 시장’트와이스가 이미지 소모를 줄여나가는 법

타이틀곡 ‘라이키(Likey)’ 멜론 차트 2위
특유의 포인트춤 바꾸기 전략 흥미 유발

현 세대 걸그룹의 선두주자는 여자친구와 트와이스였다. 마마무는 방향을 조금 달리한 또 다른 선두주자였다. 이 세 팀 중 마마무는 ‘레트로’(복고)라는 정체성으로 어필해 트렌드를 계속 바꿔줘야 하는 강박이 덜하다. 이에 비해 트와이스는 좀 더 자주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귀여움의 시장은 트렌드 주기가 3개월, 길어야 6개월 정도다. 왜냐하면 걸그룹은 지금 이 시간에도 나오고 있는 후배들이 훨씬 더 귀엽다. 걸그룹의 세계에서는 음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귀여움의 어필은 필연적이다.

걸그룹의 선두주자로 애교와 귀여움 어필하고 있는 ‘트와이스’.

‘소녀시대가 귀엽냐, 모모랜드가 귀엽냐?’라는 우문은 던질 필요가 없듯이, 트와이스도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애교와 귀여움 어필의 트렌드 주기가 짧은 만큼 트와이스는 ‘우아하게’ ‘치어업’ ‘티티’ ‘낙낙’ ‘시그널’ 등에서 귀여움을 극대화 시키는 포인트 춤을 구사했다. 이들 포인트 춤들의 이름을 한마디로 묶는다면 ‘이래도 안귀여워해줄거니춤’ 정도가 될 것이다.

트와이스의 귀여운 춤은 효과는 좋지만 생명 주기가 짧아 계속 바꿔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팀의 색깔이 된 트와이스의 포인트 춤 바꾸기 전략은 이제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얼마전 데뷔 2주년을 맞은 트와이스가 내놓은 첫 정규앨범 ‘트와이스타그램(Twicetagram)’의 타이틀곡 ‘라이키(Likey)’는 컨셉적으로나 대중성 확보면에서 모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이 노래는 8일 낮 12시 현재 멜론 차트 2위에 올라있다.

‘치어업’의 프로듀서가 블랙아이드필승이라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 합작한 ‘라이키’가 얼마나 달라졌을까는 큰 관심거리였다.

‘라이키’는 생기발랄한 팝적 요소가 돋보이는 퓨처 일렉트로 팝이다. 음악적으로는 화성이 조금 더 강화됐고 춤도 귀여움과 앙증맞음을 유지하면서도, 군무 느낌이 나는 다이나믹함이 조금 가미됐다. 모모가 직접 짜고 추는 브레이크댄스도 인상적이다. 지효는 “트와이스의 귀여운 포인트춤들이 언제까지 사랑받을지는 모르지만 이게 우리의 색깔이고 이걸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이키(Likey)’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일상을 그린 노래다. ‘BB크림 파파파/립스틱을 맘맘마/카메라에 담아볼까 예쁘게/이거 보면 웃어줘/그리고 꼭 눌러줘/저 밑에 앙증맞고 새빨간/Heart Heart’. 인스타그램은 드러내기 전략이 가장 잘 구현되는 공간이다. 이 점에서 EDM 스타 체인스모커스의 히트넘버로 셀프카메라를 찍는 상황을 그리는 ‘셀피’와도 유사하다.

인스타그램속 일상은 구차한 일상보다는 멋있고, 때로는 약간 가공된(인위적인) 일상이다. 평범한 사진부터 무리수 사진까지 모두 담을 수 있다. ‘자꾸 드러내고 싶지 자꾸만/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다/작은 화면 속에 내가/제일 예뻐 보이고파/아직은 감춰 이런 내 마음 꾹꾹’. 이런 가사가 귀여운 것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트와이스의 소녀 모습과 잘 어울린다.

트와이스는 걸그룹으로는 드물게도 멤버들의 우열이 없는 9인9색인데, 한꺼번에 보거나 춤을 추는 동작을 보면 훨씬 멋있고 예쁘게 다가온다. ‘라이키(Likey)’ 무대는 노래와 춤 외에도 계속 바뀌는 무대 화면도 눈을 즐겁게 한다.

트와이스의 직전 노래로 박진영이 작곡한 ‘시그널’이 초능력 외계소녀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면, 이번 ‘라이키’는 평범한 소녀들의 일상(인스타그램)을 포착함으로써 좀 더 현실적인 소녀들이 됐다. 무리한 컨셉을 끌어쓰지 않는 우리 옆집에 사는 여자 애 컨셉은 이미지 소모가 덜할 수밖에 없다. 걸그룹은 세월과 함께 이미지 소모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이를 지혜롭고 자연스럽게 줄여나가는 전략이 필요해진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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