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억울하게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친여동생을 겁탈하려던 남자를 잡으러 가 트로피로 중상을 입힌 김제혁(박해수)은 과잉방위로 수의를 입고 있다. 그는 야구 외에는 많은 부분에서 허당이지만, 감옥에서는 화를 삭이고, 티를 안내며 묵묵히 생활하는 ‘정의파’다.

김제혁보다 억울한 사람들도 많다. 아예 진짜 범인은 밖에서 활기치고 있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들어간 사람들도 있다. 


유 대위(정해인)가 대표적이다. 그는 박 일병 살인범으로 몰려 감옥에 있지만 진범은 따로 있다. 박 일병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진범은 오 병장이었다. 국회의원의 아들이었던 그는 중대장인 유 대위보다도 실제 서열이 높은 부대 최고 권력자였다. 한마디로 ‘언터처블’. 모든 중대원이 오병장의 박일병에 대한 가혹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병장 부친이 무서워 부대 간부들까지 모두 이 사실에 대해 침묵했다.

감옥에서도 수많은 진정서를 쓰고 있는 고 박사(정민성 분)는 대기업 건설회사 재무팀의 일개 과장으로 혼자 책임을 떠맡는 바람에 경제사범으로 구치소 수용자가 됐다. 어쩔 수없이 정년까지의 월급과 감옥생활을 맞바꾼 것이다. 회사에서는 고 박사의 누명을 벗어주기는커녕 월급을 3배로 올려준다는 조건으로 또 다른 계약서 건의 책임을 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감옥에서도 여전히 회사의 갑질을 맞딱뜨리고 있다.

7년 넘게 취준생 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성(신재하)의 안타까운 사연도 드러나 시청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민성은 공시생으로 밤낮없이 일하면서 생활을 이어나갔다. 밖에서 술을 먹고 있던 사장이 지갑을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고 피곤한 와중에 트럭을 몰고 가다 무단횡단을 하던 행인을 치었다. 경찰서에서 사장님이 시켰다고 얘기했으나 운전자 보험에 들어놓지 않은 사장은 거짓말을 한다.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였기 때문에 합의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어려운 형편에 돈이 없던 김민성은 결국 교도소에 가게 됐다.

민성은 제혁에게 “진짜 열심히 살았다. 남들 하는 것 안하고 공부만 하고. 5시간밖에 안자고 공사장에서 자며 일했다. 그런데 왜 이래요?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민성의 사연을 듣고 있던 김제혁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니가 더 노력했었어야지. 새벽부터 일하고 잠도 줄였어야지. 아르바이트도 5개 하고.밥을 왜 먹어? 5시간 자지 말고 3시간만 자야지. 1년 365일 공부만 했어야지”

민성은 열심히 살았던 ‘죄’밖에 없으니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혁의 말은 이어진다. 조금 전 말과 형식적 맥락은 달라지지만 내용적 맥락은 기가 막히게 연결된다.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매. 어떻게 더 화이팅을 해.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세상을 탓해. 자리를 그렇게 밖에 못 만든 세상을 원망하고. 세상이 더 최선을 다 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네 탓은 하지 마.”

이 말에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안되는 사람들에 다한 다독임이 있다. 죄를 안지었는데 감옥에 들어왔거나, 비록 죄를 지었지만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교도소에 온 걸 보면 코 끝이 찡해지고 먹먹한 기분도 든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교도소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가 가장 잘 통하는 공간이라는 말도 있다. ‘감시와 처벌-감옥의 역사’를 쓴 미셸 푸코는 근대 이후 권력이 첨예하게 작동하는 공간으로 감옥, 병원, 학교, 군대 등을 들었다. ‘범털’이라는 은어도 있고, 재벌 총수가 옥중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개털’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못 사는 사람은 감옥에 가면 더 억울할 수도 있다. ‘슬기로운 감방생활’은 이 부분을 어떻게 다룰까?

신원호 PD와 정보훈 작가팀은 감옥에 다녀온 출소자들을 1년 넘게 인터뷰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채집했다. 그래서 감옥이 탈옥해야 하고 옥죄는 공간이 아닌 실생활에서 사는 공간으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양한 직업 인생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주인공 같다. 수용자의 굴곡진 인생의 그래프가 나오고, 안타까운 사연에서 결국 희망을 볼 것이다.

아직 ‘희망’이라는 단계까지는 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감옥 생활에 적응을 하는 과정이다. 씁쓸한 사연을 통한 페이소스는 충분히 마음에 전해진다. 이들에게 “세상을 원망하고 네 탓은 하지마”로 위로를 보낸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이들에게 던지는 최종 메시지도 궁금해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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