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먹방은 그냥 연기일 뿐. 반응은 나도 놀랍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주호민의 대표 웹툰 ‘신과 함께’가 원작이다.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1·2편을 동시에 제작했다. 대규모 컴퓨터 그래픽을 투입하다 보니 전후편을 합쳐 제작비만 400억원을 넘겼다.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세 개로 나눠진 원작의 챕터중에서, 20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 1부는 망자가 된 자홍(차태현)을 주축으로 그를 변호하는 삼차사의 여정을 담아냈다. 하정우는 저승 차사의 리더이자 변호사 강림 역을 맡았다.


저승법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하정우(39)는 망자의 환생을 책임지는 저승차사 강림을 특유의 묵직하면서 또박또박 톤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하정우는 어떤 캐릭터도 자신의 것처럼 소화해내려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강림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어 좋았지만, 저승에서 재판할때 강림의 모습과 이승에서 원귀를 쫒는 모습을 조화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검정색으로 절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주요 감정은 자홍(차태현), 수홍(김동욱)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다. 삼차사의 분량이 아무리 많아도 관객은 삼사차의 감정을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감정을 따라간다. 우리는 그들을 잘 데려다주는 기능적인 역할만 잘하면 된다. 검정색답게 무색무취, 덜어내면서 연기했다.”

하정우는 이번 가상현실 판타지 영화의 제작기간이 긴데다, 분위기가 거세된 채 상상을 하며 연기해야 했고, 각 신들을 CG로 연결시키는 게 많아 자칫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털어났다.

“프리 비주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우리가 들어가 연기했는데, 맨바닥 헤딩, 허공에 대고 말하는 장면 등이 뻘줌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했다.”

하정우는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에도 공안검사로 출연해 두 작품이 함께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과 함께’는 개봉일을 미리 알았지만 ‘1987’은 이번 연말로 개봉이 잡힐지 몰랐다. 제가 출연한 두 영화가 동시에 붙는다고 하니 세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뿌듯하다’는 철없는 생각이 하나고 또 하나는 ‘큰일났다’였다. 연말 스케줄을 보니, 술 한잔 못먹게 생겼다. 세번째는 혹시 제작관계자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였다. 어느 하정우가 이길까, 어느 영화가 더 잘될까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

하정우는 두 영화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신과 함께’가 우리가 가보지 못한 저승 세계를 미리 체험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고 방향성을 잡는 영화라면, ‘1987’은 30년전의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고 우리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하정우는 매우 부지런하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실제로 하정우라면 나태 지옥은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차태현처럼 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까지 겹친 적은 없지만 다작한 셈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때 뭔가 해야 될 것 같다. 피곤하지는 않다. 직장 다니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고싶은 마음이 강하고, 일을 해야 기운이 생긴다.”

하정우는 연기 외에도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에게 시간이 온전히 주어졌을 때에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배우와 화가로 활동하려면 시간만 주어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예술적 영감과 감성이 필요하다.

“나는 개방적이다. 친구들을 자주 본다. 미혼이라서 자유롭다. 틈 나는 대로 자주 여행한다. 일을 떠나 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고 종교활동(기독교)을 하고, 여행하는 게 감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하정우의 연기력은 대학교 때 다져졌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부터 워낙 치열하게 살아왔다.

“학교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매일 학교에 있었다. 학교가 집이었다. 연극영화과가 대학의 낭만을 누릴 시간이 없었다. 학교 다니면서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외부 영화 스태프 지원을 나갔다. 온전하게 대학생으로 누리기 힘들다. 대학로 연극 한 편을 하더라도 오디션이 치열했다. 그때부터 이미 경쟁이 시작됐다.”

하정우를 규정짓는 말중 ‘먹방’을 빠트릴 수 없다. 영화 ‘황해’에서 김 먹는 장면, ‘범죄와의 전쟁’에서 중국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장면은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으로 지금도 돌아다닌다. 2003년 KBS 사극 드라마 ‘무인시대’에서 닭백숙 뜯어먹는 ‘짤’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연기한 것 뿐인데, 반응이 놀랍다. 엄청 먹는 걸 좋아한다. 남들보다 먹는 걸 좋아하는 기운을 느낀다. 먹을 때 복이 있어 보인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영화 ‘아가씨’ 촬영 때 예민한 의상 실장 누나가 나에게 ‘정우는 잘 먹어야 돼, 그게 복을 불러’라고 말한 적도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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