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마이듬이 악녀가 아니고 마녀여서 좋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정려원(36)은 자신감이 넘쳤다. 자만심이 아닌 연기와 캐릭터 해석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그는 KBS2 ‘마녀의 법정’에서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확신을 가지고 연기했기에 보는 사람들도 속시원하게 느껴졌다.

정려원이 연기한 마이듬은 할 말 다 하는 7년차 검사다. 수사를 위해서라면 범인의 집에 침투하다 납치를 당하고, 거짓말과 증거조작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 배역을 정려원은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제 친구중 마이듬 같은 성격이 있다. 정말 주도적이고 진취적이며 우리 그룹의 사이다 담당이다. 우리 친구들이 말 하지 않는, 들춰내지 않는 걸 콕 집어 말해준다. 미술하는 아티스트인데, 그 친구를 생각하며 마이듬을 연기했다.”


정려원이 이번 드라마의 출발을 쉽게 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실제로 그 친구가 내가 될 수는 없고, 특성을 붙이는 데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 친구는 실제 검사를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이다.”

정려원은 오랜만의 인터뷰를 통해 “막 터트리는 게 재밌다”고 했다. 성공에서 생기는 성취감과 여유가 보였다.

“우리 드라마가 가을에 시작했다. 여성과 아동 성범죄를 다루는 드라마가 멜로, 로코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전광렬 선배가 잘 될 거라고 했다.”

그런 의심을 깨뜨리게 해준 것은 작가의 필력이었다. 사건의 큰 줄기가 있고 작은 가지들이 흩어져 있는데, 결국 한 곳에서 모이는 촘촘한 구성이다. 마치 미드(미국 드라마) 같은 구성이었는데, 정작 작가는 미드는 안본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면 어떻게 엮을까? 그런데 마지막에 떡밥을 거의 다 회수했다. 조갑수 비리, 백민호 백상호 스토리도 모두 정리됐다. 15,16부는 신이 너무 많았다. 무려 80여개의 신이다. 스토리가 넘쳐서 잘라내는 게 낫다. 부족한 스토리를 질질 늘리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린다. 작가님이 3년간 검사와 경찰을 만나 취재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정려원은 드라마 종방연에서 작가에게 시즌2를 쓸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단다. 배우들은 시즌2에 대해 OK라고 했다. 작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단다. 배우들은 작가에게 조갑수의 프리즌 브레이크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정려원은 마이듬이 악녀가 아니라 ‘또라이’이고 마녀여서 좋았다고 했다. 그가 수사하는 사건의 최종 목표는 영파시 시장인 비리의 온상 조갑수(전광렬)의 검거였다. 마이듬이 조갑수에 대한 통쾌한 응징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이다를 날려주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싸움부터 이겨야 했다. 하지만 베테랑 연기자 전광렬의 ‘기’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전광렬 선배의 기가 1000이다. 이를 꺾고 싶지 않았다. 대신 내가 2000으로 올려야 했다. 그래야 선배의 강렬한 기를 꺾을 수 있었다. 전 선배 바로 코앞에서 소리치기도 하는 등 나름 작전을 썼다.”

정려원은 괄괄한 톤을 구사하며 외향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소심하다고 했다.

“실제로는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다. 장난끼가 많기는 한데, 아무한테는 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다.”

정려원은 ‘내 이름은 김삼순’ ‘안녕 프란체스카’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 나왔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지만 ‘자명고’ 등 잘 안된 작품도 있다. 전작 ‘풍선껌’이후에도 1년 넘게 공백이 있었다.

“1년 넘게 작품이 안들어왔다. 그러다 만난 게 ‘마녀의 법정’이었다. 작품이 잘되고, 못되고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 않지만,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걸 계속 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성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0대가 되니 들어오는 대본도 줄어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만 해서는 공백도 길어지고, 안될 것 같아 계속 도전할 것이다.”

걸그룹 샤크라로 데뷔한 정려원은 2002년 아침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에 출연하면서 연기가 너무 좋았다. 자신이 뭐가 되고싶은지를 몰랐지만 연기를 해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번에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는데, 계속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계속 파나가면 되지 않을까? 이번에도 마이듬 멱살을 잡고 나갔다. 히어로가 아닌 안티히어로의 재미에 푹 빠졌다.”

정려원은 이번 KBS 연기대상에서 연기력에 상관없이 인기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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