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을 추모하며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본명 김종현)이 18일 우리 곁을 떠났다.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떠나 스물여덟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주변에 증언에 따르면 종현이 우울증이 있었고 유서에서도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고 힘들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대중에게 노출되는 유명인이어서 치르게 되는 유명세를 매우 힘들어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감정폭력’에 서서히 지쳐간 것 같다. 종현은 수많은 대중의 환호와 사랑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려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는 유서에서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라며 유명인의 삶이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종현은 샤이니라는 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이자 아이돌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아티스트였다.

2015년 첫 번째 미니앨범 ‘베이스(BASE)’를 발표하며 솔로로 데뷔했다. 같은 해 ‘소품집 Op.1’도 내놨다. ‘불후의 명곡’에서 솔로로 ‘백만송이장미’와 ‘왼손잡이’를 부르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2016년 1집 앨범 ‘좋아’와 지난 4월 발표한 ‘두 번째 소품집 Op.2’까지 자작곡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솔로 가수로서는 샤이니와는 또 다른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찾아나섰다. 사운드를 줄이고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솔로앨범에서는 사람의 감성이 돋보였다. 특히 유작이 된 ‘두 번째 소품집 Op.2’에 눈길이 간다.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이 음반의 노래 제목은 ‘Lonely’(Feat. 태연), ‘1000’ ‘멍하니 있어(Just chill)’ ‘Love is so nice’ ‘눈싸움(Blinking game)’ ‘엘리베이터(Elevator)’ ‘놓아줘(Let me out)’ ‘벽난로 (Fireplace)’ ‘따뜻한 겨울(Our season)’ ‘바퀴(Where ar you)’ 등이다.

속마음을 털어놓은 듯한 가사들이 눈에 띈다. 위로, 사랑, 고독이 묻어나있다. 그가 솔로 콘서트를 열면서 소극장 무대를 택한 것도 그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가지 면에서 종현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던 태연과 2번째로 함께 한 ‘Lonely’에서 ‘나도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날 이해해줘’라며 외로움이 늘 함께 했음을 드러냈다.

‘놓아줘’에서 ‘세상에 지친 날 누가 좀 제발 안아줘/눈물에 젖은 날 누가 좀 닦아줘/힘들어하는 날 제발 먼저 눈치채줘’라는 가사는 이제 단순히 가사로만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이 말에 우리는 왜 이렇게 둔감했을까? 하늘로 가 별이 된 종현의 명복을 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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