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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한인 의류산업계 위기 속 새틀 짜기
(하)봉제-원단 업계, 변해야 산다
LA다운타운 의류 산업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봉제와 원단 등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관련 한인 업계 역시 불황의 터널에서 쉽게 빠져 나오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단 변화속 새로운 돌파구 마련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역시 원단업계다. 10년전만해도 전체 판매 비중 가운데 LA현지에서 생산을 위해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 유통하는 물량이 70%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반대 상황으로 역전됐다.
미국 생산을 위한 수입 및 유통 물량은 30%수준으로 크게 줄었고 대신 거래 업체의 요청에 따라 중국이나 베트남 등 생산 기지가 있는 국가로 원단을 보내주는 방식이 이제는 주를 이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업 이익 폭이 높은 미국내 생산이 줄고 해외로 보내는 양이 늘다 보니 원단 업계는 가장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한해 원단 업계는 기존 거래처 관리와 함께 신규 거래처 발굴을 위한 노력이 중심이 됐다. 특히 해외로 보내는 물량은 LA지역 한인 의류업체가 거래하는 해외 공장과 거래하던 원단 업체가 있다 보니 이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이나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여전히 남아 있는 미국내 생산을 위한 노력도 전개해 나름의 성과를 얻은 업체들도 있다. 미국 생산이 해 마다 위축되고 해외로 더욱 눈을 돌리다 보니 최근 몇년사이 상당수 원단 업체들이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적절한 재고를 확보하지 않아 적시에 물량 공급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활용해 일부 원단 업체들은 연초부터 올해 유행할 디자인과 색상으로 만들어진 원단을 최소 100만 달러에서 많게는 300만 달러 이상을 사전 확보해 기존 거래처 뿐 아니라 신규 거래처를 늘리는데도 활용했고 영업 이익 역시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재미한인섬유협회 김병철 회장은 “전반적인 의류 산업이 침체기 속에 있지만 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해결 방안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회원사들 뿐 아니라 모든 한인 원단 업계가 힘을 모아 변하고 있는 유통 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제업계, 이러다간 공멸
한인 봉제 업계의 위기는 하루 이틀된 이야기가 아니다.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의 높은 임금과 과도한 노동 규제 속에서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는 봉제 업계는 최근 몇년간 텍사스, 애리조나, 네바다 등 미국내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의류 생산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네바다주 라스베가스는 이 지역으로 이전한 한인 업체들간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으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라스베가스 지역은 LA에 비해 여전히 낮은 인건비과 1/5수준의 상해보험율 등 생산 단가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는 여건을 여전히 유지 중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초부터 30여 업체가 이 지역으로 봉제 공장을 이전해 1년여간 나름 자리를 잡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무리하게 일감을 확보하고 경쟁 업체에서 숙련공을 빼가는 등의 폐단이 LA에 이어 라스베가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욕심을 부린 만큼 사업을 잘 운영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무리하게 받은 일감은 납기일 초과와 높은 불량율이라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자연히 LA에 있는 의류업체은 이 지역을 점차 외면하게 됐다. 그 사이 LA봉제 환경은 고임금 저효율이라는 숙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채 3~4명 단위 점조직들이 집에서 작업을 해 일감을 모아서 납품 하는 이른바 ‘Home Work’형태의 불법 생산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주한인봉제협회 최대성 회장은 “여전히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상화에서 현지 생산 인프라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며 “의류와 원단 등 관련 한인 업체가 힘을 모아 한인 생산 인프라 유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