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큰 히트를 한 듀오 멜로망스와 ‘널 생각해’ ‘올 오브 마이 라이프(all of my life)’ ‘노력’의 박원, ‘비‘와 드라마 ‘흑기사’ OST ‘꽃 비’를 부르는 폴킴. ‘오늘’의 오왠, ‘비행운’의 문문, 실리카겔 등 고막을 녹이는 달달한 목소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경쾌하고 친근한 안지영의 보컬을 내세워 노래를 발표했다 하면 히트시키는 볼빨간 사춘기는 ‘고막 여친’이다.
멜로망스는 보컬 김민석이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같아/자그마한 모든 게 커져만가/항상 평범했던 일상도/특별해지는 이 순간’이라며 그냥 담담하게 부를 뿐인데, 너무 달달하다.
물론 선율 자체가 매력적이기는 하다. 정동환의 피아노 소리와도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이 두가지의 조화만으로 연인들이 재즈바 같은 로맨틱한 공간에서 분위기를 잡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쯤 되면 고막남친, 분위기남친이라 할만하다. 기자는 지난 10월 춘천 의암호 앞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린 ‘2017 상상실현 페스티벌’의 작은 무대에서 멜로망스의 노래들을 들었는데, 여성, 카페, 모던함과 잘 어울렸다. 이날 관객들에게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안겨준 격이다.
박원은 2008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음악에 입문하여 그룹 ‘원모어찬스’로 가요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후, 로맨틱한 멜로디와 달콤한 보이스로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 프로포즈송 ‘널 생각해’로 큰 인기를 얻었다. 소주를 마시며 여성 옆에 앉아 이 노래를 불러주는데, 부끄러워하는 여성의 얼굴이 보이는 동영상도 있다.
박원의 정규 2집 타이틀곡인 ‘노력’은 잔잔하게 파고드는 감성 발라드곡이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진지하게 이어지는 박원의 짙은 보컬은 점점 더 깊은 감수성을 자극하며, 발라드 가수보다는 고막남친이라는 호칭이 더 적절할 듯하다.
‘비‘를 부르는 폴킴의 단정한 음색이 부드러운 멜로디와도 잘 어울린다. 오왠은 ‘오늘’을 달콤하게 부르고 있다. 문문은 ‘비행운’을 기타를 치며 담담하게 부르는데, 달달함과 공허함을 함께 남긴다. 노랫말이 이해하기 힘든 밴드 실리카겔의 ‘9’ ‘연인’ ‘낮잠’도 여성들이 좋아한다.
음악은 맥락이다. 국내 음악이건 외국 음악이건 소비는 맥락을 무시할 수 없다. 박지민 이하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델 노래를 주로 불렀지만 요즘 음악 오디션 예능에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들을 부르는 것도 새로운 맥락 찾기다.
고막남친의 탄생은 발라드와의 맥락에서 나왔다. 한국 발라드 음악의 계보라 할 수 있는 이문세 변진섭 이승철 신승훈 성시경 박효신 정승환 등 정통 발라드 가수들은 노래를 잘하지만 대중에 의해 어느 정도 읽혀진 상태다. 이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달콤한 노래를 새롭게 작명해야 되는 맥락이 형성됐다. 그래서 나온 게 고막남친이다.
그러니 고막남친으로 묶여지는 가수들은 동질감이 그리 강한 건 아니다. 완전히 같은 음악 장르를 추구하지 않는 가수들도 고막남친으로 묶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들중 몇몇은 그냥 발라드 가수라고 불러도 된다. 박원의 ‘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그냥 발라드곡이다. 성시경, 딘, 유승우, 정세운, 에릭남도 고막남친 계열이다.
일렉트로닉과 힙합, 댄스, EDM으로 가는 방향과는 또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발라드와 고막남친 가수들이다. 다소 시끄러운 음악에 소리를 질러 즐거움을 줄 수도 있지만 속삭임으로써 달달함과 차분함으로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
고막남친이 활동하고 발굴되는 플랫폼이 있다. 멜론 주간차트 TOP100에 들지 못한 101~300위 사이의 명곡들을 소개하는 멜론의 음악 큐레이션 예능 ‘차트밖1위’다. 지난해 9월 20일 공개된 3회를 통해 ‘물밑가수’였던 멜로망스를 발굴한 바 있다. 당시 멜로망스가 100위권 밖의 가수로 출연하여 ’선물’을 부르자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을 시작, 이후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여 멜론 등 주요 음원서비스의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지난 27일 멜론TV를 통해 공개된 ‘차트밖1위’ 연말특집에는 올 하반기 기적의 역주행을 선보인 멜로망스,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훔친 폴킴, 인디 신 최고 대세 윤딴딴이 출연해 생생한 라이브 노래 실력과 감춰왔던 예능감을 마음껏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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