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경화 장관이 이날 발표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처리 방향’은 실질적으로 재합의 및 파기가 힘든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자발적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2015년 한·일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서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일본이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 엔(108억원)의 반환 여부였다.
정부는 예산으로 10억 엔을 마련하고 이 돈의 처리 방안을 추후 일본과 협의키로 했다. 일본 측 출연금중 이미 지급된 40억원과 재단의 계정에 있는 60억원은 그대로 둔 채, 행정절차를 통해 예비비로 10억엔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용처가 결정된 것이 없어 제3기관에 예탁해 두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한 그간 꾸준히 논의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체에 대해서도 피해자, 관계기관, 국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선에서 그쳤다.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왼쪽)와 이옥선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표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내용을 시청하며 지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에 즉각 반환을 요구해 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결정이라고 정부 발표 내용에 반발했다.
시민사화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교회협 여성위는 이날 논평을 통해 강경화 장관의 발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잘못된 협상을 그대로 둔 채로 ‘일본 정부 스스로가 국제보편 기준을 따라서 과거사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 존엄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줄 것’을 바라는 정부의 입장은 매우 소극적이며 무책임하게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연대인 한국진보연대도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의와 국민의 여망을 외면한 채 박근혜의 대표적 적폐인 위안부야합을 파기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선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강경화 장관의 이번 위안부 입장 발표가 재협상도 기존 합의에 대한 이행도 아닌 ‘어정쩡한 중립자’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양측 모두에게서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본은 기존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를 언론접촉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만일 재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정부가 기존 합의에 따라 이 부분을 인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