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태는 사업 실패로 공사장을 전전하는 아버지로 인해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장남 콤플렉스’에 빠져있다. 결혼도 비혼(非婚)주의자였다가 오랜 연인 수아와 결혼했다. 결혼 첫번째 조건은 아이는 낳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 놓고 지태는 병원에 가서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은 후 수아에게 “아이 심장소리 들어는 본 거냐”라면서 아기를 낳자고 한다. 하지만 수아는 이혼과 낙태중 한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 수아는 지태에게 “누구도 나한테 아기를 낳으라 할 권리 없어”라고 말한다. 이 정도만 보면 수아가 무척 독한 여자라고 보기 쉽다.
하지만 지태가 오히려 ‘스몰 픽쳐’, 수아가 ‘빅 빅쳐’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의 맞벌이 부부의 남편은 아내에 비해 아기 약육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기자도 그런 경우였다.
아기를 낳는 것도 여자이고, 아이를 기르는 것도 여자가 큰 몫을 차지한다. 수아는 아기를 낳으면 복직이 안되는 비정규직이다. 몇년간 육아에 전념하면 ‘경단녀’가 돼 재취업이 어려워진다. 수아의 단호한 모습이 이해되는 이유다. 또 수아의 태도를 극단적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복받아야 할 아내의 임신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안타깝지만, 소현경 작가는 지태-수아 커플에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 심리 구조를 입혀 이 문제를 던진 것이다. 소 작가가 그냥 장남 부부 에피소드를 넣은 게 아니라, 이런 고민과 갈등을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소 작가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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