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에서 ‘해롱이’ 한양(이규형 분)이 그간의 노력이 무색하게 출소 직후 자신에게 약을 권했던 친구를 만나 또 다시 마약에 손을 대며 경찰서로 향했다. 이 장면은 함정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교도소에서 독하게 약을 끊은 한양을 왜 출소와 동시에 다시 마약에 손을 대게 해 재입소를 하게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되다니. 시청자들은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감방 동료들에게 “너 이제 다시 약 먹고 들어오면 사람도 아냐”라는 당부를 들었던 해롱이는 한기를 느끼면서도 담요와 동료들의 체온을 찾았을지언정 감기약도 먹지 않았던 터다. 그래서 그가 다시 마약에 손댄 건 대단한 안타까움이고 반전이다.
물론 모든 캐릭터들이 말미에 좋은 방향으로 정리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롱이에 대한 믿음(감정이입)이 컸기에 시청자들에게도 충격이고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기획, 준비하면서 자칫 범죄자를 미화할 수도 있다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신 PD는 선한 캐릭터, 즉 사람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해롱이가 출소후 마약을 끊고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보다 이런 반전 장면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오히여 전자가 현실을 미화하는 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마약은 한번 손대면 완전히 끊기 어렵다는 ‘현실’을 전한 것이다. 마약은 감기약과는 다르다.
한 회만을 남겨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해롱이에게 또 다른 반전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건 시청자들이 바라는 상황일 수 있어도 해롱이의 전체 스토리와도 어울리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해롱이 캐릭터의 서사는 시청자에게 두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마약에서 그만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전한 것이다. 또 하나는 귀여워서 많은 사랑을 받은 해롱이였기에 마약에 다시 손을 대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진 것이다. 그 안타까움이 크면 클수록 마약에 대한 폐해도 시청자 머리속에 깊이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