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nsight-김철희 KOTRA 리마무역관장]페루에 부는 아시아 바람

페루는 아시아에서 거리상으로 가장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서 페루까지 직선거리(항공노선 기준)는 1만6254km이고 비행시간은 20시간 이상 걸린다. 언어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낯선 국가이다. 그런 페루가 아시아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거리상으로는 거의 한국과 대척점에 위치하지만 태평양 연안에 접해서인지 칠레와 더불어 아시아국가에 가장 개방적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중국인 이민이 시작돼 160년이 넘는 이민 역사와 더불어 중국계가 13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의사 등 전문직, 사회 각계각층에 광범위하게 진출해 있어 딱히 외국인이라 보기에 어려울 정도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분야는 음식으로 ‘치파(chifa)’로 불리는 중국계 퓨전 식당이 리마에만도 수천개가 넘는다.

일본인의 페루 이민이 19세기말부터 시작돼 지금은 페루 정계, 관계 등 주류사회에 다수 진출하고 있으며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인 이민은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됐는데, 1974년 박만복 감독이 페루 여자배구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한인 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됐다. 상당수는 볼리비아, 파라과이, 칠레 등 인접국으로부터 재이민온 사람들로 주로 의류, 원단, 자동차부품 판매 등 상업에 종사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대왕 오징어잡이 등 수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조미오징어의 3분의2 이상이 페루산 대왕오징어를 원료로 쓴다고 한다.

최근에는 페루에 K-POP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 페루 전역에 100여개의 K-POP 팬클럽이 활동하고 있고 K-POP외에도 드라마, 음식 등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높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의 페루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어 페루 방문객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친숙해진 계기는 2014년 8월 방영된 ‘꽃보다 청춘’ 페루편이 큰 것 같다. 당시 소개된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땅 표면에 새겨진 여러 개의 거대한 선사시대 이미지의 ‘나스카라인’, 사막위의 오아시스 ‘와카치나 사막’은 한국인이 페루에서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심지어 ‘꽃보다 청춘’ 페루편에서 이동한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코스가 생겨났을 정도이며, 2015년부터 연간 2만명 이상이 페루를 방문한다.

상호 교역면에서 페루의 대 아시아 수출은 구리, 철, 아연 등 광물자원이 80% 이상 차지한다. 최근에는 광물 외에 농수산물의 아시아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ㆍ중ㆍ일 모두 페루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페루는 전 세계 50여개국과 FTA를 체결한 가운데 중국산의 거센 공세로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되고 있다. 한국과 교역규모는 2013년 32억달러를 정점으로 세계경제 불황에 따른 국제원자재 가격하락으로 교역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원부국인 페루로부터 FTA로 인해 좋은 조건과 가격의 자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페루로부터 수입되는 건강식품인 슈퍼푸드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각별한 관계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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