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예능이 리얼리티 예능이 주가 되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이를 소비하게 된다. 그러니 비연예인(일반인)이 여기에 함께 들어오는 것도 이제는 무척 자연스럽다.
리얼리티 예능이 외국에서는 일반인들로 시작됐지만, 한국에서는 유사 리얼리티 예능(리얼 버라이어티)부터 연예인들로 시작했고, 100% 리얼 예능에서도 연예인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 개의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모두 일반인들이 함께 참가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몇몇 공통점이 있다. 일반인과 연예인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효리네 민박’에서는 제주에 있는 효리네 집에 민박을 함으로써, ‘한끼줍쇼’에는 이경규 강호동 팀에게 저녁 상을 허락함으로써, 그리고 ‘윤식당‘은 그 곳에 식사하러 감으로써 일반인이 연예인과 섞이게 된다.
또 하나 공통점은 일반인과 연예인간의 관계맺기 방식, 즉 위계(位階)다. 연예인이 일반인 위에 있으면 안된다. 판타지지만 연예인이 일반인 아래에 있는 것도 좋다. 적어도 둘 간의 관계는 종적 관계가 아니라 횡적관계라야 한다.
과거에는 일반인과 연예인이 물과 기름처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이들 세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 연예인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일반인이 연예인들의 들러리를 서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연예인이 비연예인을 모시는 구조다.
가령, ‘효리네민박‘은 일반인들에게 아이유나 윤아가 자신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로망일 수 있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커피까지 끓여다주었다. 할려면 뭔가 확실하게 해주는 판타지가 일상 리얼리티 예능에서 구현되고 있다.
일반인과 연예인들이 섞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섞이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윤식당’은 연예인 종업원들의 음식 준비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손님인 외국인 일반인들의 토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대주 작가는 ‘윤식당2’의 인기비결을 “편집을 하다 보면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게, 손님들의 얘기다. 공감 가는 얘기들이 있다. 음식 맛이 좋다가 아닌 육아, 살면서 느끼는 감정, 이런 것들은 우리와 공통점이다. 이런 게 위로가 된다. 다들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이런 게 재미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나영석 PD는 “갈수록 스페인어 번역 분량이 많아진다. 1~6일차 번역은 금방했지만, 7일차부터는 번역팀들이 비명을 질렀다. 수다만 떨고 간 손님도 있다. 반상회 하듯 사랑방으로 변해갔다. 훨씬 친근해졌고, 우리 마을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고 말해 카라치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진주 PD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단체회식의 경우는 스페인어 번역을 한달 동안이나 했다. 갈수록 손님이 더 많아진다”고 전해 일반인의 비중을 더 높일 것임을 전했다.
‘한끼줍쇼’도 마찬가지다. 저녁 한끼를 허락한 일반인의 삶을 연예인이 듣는 구조다. 연예인이 이들에게 불쑥 찾아와 듣는 것은 토크쇼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벨을 누르는 것부터 시작해 리얼리티 장치를 두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남의 삶을 들여다본다. 워낙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들이 소개되고, 어떤 걸 선택하는 게 좋은지가 헷갈리는 요즘이다. 한번밖에 못사는 인생이라 많이 쓰고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김생민의 짠돌이 ‘그레이트!’ 전략도 실천해야 하는 시대다. 양 극단의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시대다. 이럴 때 이런 프로그램들은 삶의 방식에 대한 공감을 통해 안락감을 느끼게 해준다.
연예인이 일반인과 자연스럽게 섞여,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를 통해서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아직 프로그램상으로는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만의 공간인 ‘케렌시아’, ‘라곰’. ‘욜료’, ‘휘게’ 등의 소비 트렌드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공감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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