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김남주, 차원이 다른 연기를 펼치는 비결이 뭘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김남주(48)가 신들린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신(神)이 그녀에게 제대로 접신했다.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김남주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남주는 과한 몸짓 없이 절제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아주 작은 몸짓으로도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해낸다. 그래서 미스터리 멜로물을 질척 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물론 제인 작가의 절제된 대사 역할이 크게 작용하지만, 김남주의 연륜 있는 연기도 톡톡히 한몫한다.

김남주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이전에도 연기를 잘했다. 하지만 5년만의 복귀작인 ‘미스티’에서는 좀 달라졌다. 이전에는 장르에 국한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연기 전체로도 와닿는 연기를 펼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기술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 등 연기 전체 분위기로도 설득당하는(때로는 압도당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는 김남주가 연륜이 추가되면서 생기는 내면적 성장과 인생을 좀 더 살아가면서 생기는 인간관계와 경험까지 연기에 농축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게 해준다.

‘미스티’의 7회(23일) 방송은 김남주가 가장 적게 나온 회였다. 왜냐하면 고혜란(김남주)의 블랙박스 칩에서 자신의 남편 케빈 리와 혜란의 키스를 확인하고 혼돈에 빠져있던 서은주(전혜진)가 혜란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에게 접근해 복수하려는 장면이 중점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남주의 존재감은 조금도 약화되지 않았다.

김남주가 맡은 고혜란은 대한민국 최고의 아나운서지만 후배들에게 밀려날 처지에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승진이 잘 되지 않는 ‘유리천장’과 싸우는 중이다.

고혜란은 출세와 성공의 욕망을 추구하지만 앵커라는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될 덕목을 지킨다. 자기 일에 대한 재능과 확신, 그리고 자신감과 당당함이 응축돼 있다. 한마디로 프로페셔널리즘이다. 사전회의에 올라오지 않았던 한지원(진기주)의 원고를 발견한 혜란이 “저는 댁들이 읊으라면 읊는 앵무샙니까?”라고 이의를 제기하더니 지원에게 “현상으로 이슈만 촉발하고 대안 없이 문제 제기만 하는 뉴스, 불안한 심리만 자극하는 뉴스, 내 시간에 못 나간다 그랬지”라며 불같이 몰아쳤다.

자신의 자리를 욕심내는 젊은 후배 한지원에게는 “자신 있음 한 번 앉아보든가”라며 선배의 여유를 뽐내면서도 “너는 간절함이 없다”고 말하거나 실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하는 등 후배를 애정으로 대할 줄도 안다. 물론 선배에게도 논리로 제압할 줄 안다.

김남주는 40대 중년 아줌마 배우가 젊은 여배우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극중에서도 고혜란이 방송국에서 젊고 예쁜 후배에게 밀려나면 안된다며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7년간 힘들게 지켜온 ‘뉴스 나인’을 떠나더라도 또 다른 업무와 역할로 톱앵커 능력을 살려야 한다는 것.

고혜란이 한때 잘나가가는 아나운서였지만 지금은 라디오 시보로 체면치레하고 땜빵 앵커로 살아가는 선배 이연정(이아현)처럼 되지 않았으면 한다. 전문직 여성은 미모가 아닌 실력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연정도 보톡스가 지켜주는 젊음엔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있다.

‘미스티’에서 김남주의 맹활약은 40대 중년배우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줘 방송 캐스팅 문화를 바꿀 수 있게 하고, 전문직 여성의 향후 입지와도 연관된 주제를 다룬다고 말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김남주의 연기를 숨 죽이고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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