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나의 아저씨’, 이선균과 아이유의 기막힌 감정선 연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나의 아저씨’가 4회까지 마쳤다. 1회부터 진행되는 이야기가 4회에 와서 하나의 감동을 뿌린 느낌이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드라마 진행과는 달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지” 하면서 다소 산만함을 느꼈지만, 점점 그 어떤 드라마보다 색깔이 분명해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삶과 가족, 사회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의 아저씨’에서 소녀 가장인 이지안(아이유)을 사채업자 남성 이광일(장기용)이 거세게 폭행하는 장면은 보기 불편했고, 이에 대한 비난도 나왔지만, 왜 그런 장면을 집어넣었는지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삼형제 중 둘째인 남주인공 박동훈(이선균)과 너무 큰 상처를 받아 아예 감정 표현이 없는 이지안(아이유)은 멜로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각자 받은 상처들이 서로 기막히게 연결된다.

대기업의 팀장으로 일하는 동훈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형제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동훈의 팀(안전진단 3팀)에서 문서 수발을 돕는 비정규직 직원 이지안은 상처를 받아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렸다. 비정규직 알바지만,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는 가장 먼저 감지할 정도다. 대사가 별로 없이 표정과 감정으로 많은 걸 표현하는 아이유의 연기 변신도 성공적이다.

지안에게는 사채 빚을 갚기위해 돈이 필요했다. 박동훈의 후배이자 박동훈 아내와 불륜 관계인 회사 사장 도준영에게 접근했다. 사장에게 방해가 되는 박동훈과 박 상무(정해균 분)를 잘라줄테니 한 사람당 1천만 원씩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지안은 동훈의 휴대폰에 도청 앱을 심어놨다.

아이러니하게 지안은 동훈을 도청하면서 그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막내 동생(송새벽)과 청소업을 하는 맏형 상훈(박호산)은 50대 초반에 정리해고 당하고 별거 상태로 노모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4회말 동훈은 맏형이 청소를 하다 취객 강용우에게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한 걸 노모가 목격했음을 알고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 하지만 식구가 보는 데 그러면 죽여도 이상 없어”라고 말하며 끝내 자신이 직접 산 과일바구니를 강용우의 손에 들려 가족들에게 사과를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도청하고 있는 이지안에게 이 말은 묘하게 오버랩됐다. 이지안은 중학교 2학년때 가족이 보는 데서 자신의 가족을 때리는 범인을 칼로 찔러 죽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이선균과 아이유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시퀸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스토리만 단선적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다.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 통합되면서 삶의 무게가 확 느껴진다. 동시에 힘든 삶을 사는 사람,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도 끌림이 생기고 위로가 될 수 있을 만큼 묘하게 오버랩되는 지점이 생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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