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연애 모습 못지 않게 환경적 요인도 현실감을 극대화시킨다. 직장 모습을 잘 그려냈다. 손예진(윤진아 역)이 다니는 회사에는 팀장이라는 남자(공철구 차장)가 손예진과 동기 등 3명의 여성 대리를 지능적으로 못살게 군다. 소위 ‘갈굼의 문화’다. 페이퍼 워킹을 잘못했다고 혼내는데, 사람을 교묘하게 괴롭힌다.
게다가 이 찌질한 인간은 여직원에게 스스럼없이 성추행을 일삼고, 막말과 도를 넘는 행동으로 직원들의 기피대상 1호다. 여직원이 가맹점 사람들과 술 자리에 참석하는 걸 가맹점 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떤 여직원도 공 차장과 1박 2일 출장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윤진아 대리가 “노래방에서 탬버린 치고 불쾌한 스킨십 찾는 그런 것, 이제 안하려고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손예진)의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는 마치 내 일상을 보는 것만 같고, 서준희(정해인)를 만나 달달하게 연애를 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이 꿈꿔왔던 바로 그런 로맨스다.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통화를 하는 두 사람의 연애는 특별할 이벤트는 없다. 그러나 피어나는 봄꽃보다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든다. 보는 이들의 현실 공감을 자아내는 진아와 멜로 눈빛으로 여심을 저격하는 준희가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리얼 멜로 드라마를 탄생시킨 것.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로 가맹점을 관리하는 진아. 괜한 트집을 잡는 상사들 때문에 속에서는 천불이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하고, 사고 친 점주를 겨우 달래고 매장 지원까지 나가야 하는 진아의 하루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양다리였던 전 남자친구는 진아에게 집착을 하고, 속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눈만 마주치면 결혼을 독촉하기 바쁘다. 이러한 진아의 모습에 유독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직장에 치이고 가족들에게 시달리는 그녀의 일상이 지극히도 현실적이기 때문. 3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문제를 진아도 함께 겪고 있다.
진아의 쓰린 속을 친구와 마시는 술 한 잔이 달래주듯, 그녀의 지친 현실을 달래준 오아시스 같은 존재, 바로 매력적인 연하남 준희와의 진짜 연애다. 준희는 진아를 놀리기도 하고, 전 남자친구 때문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진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비밀 연애를 불안해하는 진아에게 “절대 후회 안하게 내가 잘 할게. 믿어도 돼”라며 굳건한 사랑을 숨기지 않고 표현해주는 준희는 진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갑자기 밝아진 것 같아”라는 말을 듣게 만들기도 했다. 청량한 봄바람처럼 나타난 준희는 팍팍한 진아의 삶에 활력소와 위안이 되고, 진아처럼 지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메말랐던 연애 세포를 되살아나게 만든다. 전 남친에게 스토킹 당한 후 “앞으로 절대 혼자 안둘께”라고 말하는 남자는 멋있지 않은가?
이처럼 공감과 설렘을 다 잡은 ‘예쁜 누나’는 그래서 하이퍼 리얼리즘 멜로라는 반응을 얻었다. 극으로 만든 가짜 세계의 멜로(복제, 가상)가 실체(원본, 오리지널)보다 더 진짜 같은 멜로다. 모사가 현실을 더 압도한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극이다. 그러니 실제 연애는 극중 연애보다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이 사랑은 TV 속에서만 체험하는 게 낫다.
‘예쁜 누나’가 그리는 진아와 준희의 이야기는 내 주위에서 일어나거나, 혹은 내가 직접 겪고 있는 일들이기에 몰입하기가 더 쉽다. 그리고 매주 금, 토 밤마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말을 외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에게 광대와 입꼬리가 자동으로 상승하는 “리프팅 드라마”, “체험 멜로”라는 애칭을 얻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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