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는 방송을 통해 아들과 놀아주면서 가정적으로 변했다. 그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저는 연예인이지만 사람들이 저에게 인사를 하면 쑥스러워했다. 이제는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한다.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에게는 무조건 내가 먼저 가서 인사를 한다. 그 분들도 ‘하나도 힘든데 둘을 어떻게 키우느냐’는 말들을 해주신다. 업무를 벗어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 방송이라고 생각했으면 절대 못했다.”
이휘재는 ‘슈돌’을 통해 아이들과 추억도 쌓고, 아버지에게 이를 보여준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 그는 “‘슈돌’을 시작할 때 PD가 ‘카메라만 돌리께요’라고 말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와 놀아본 기억이 없다. 내가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한번은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버지를 제 집으로 오시라고 했다. 아버지가 아이 기저귀를 가는 제 모습을 보고 놀라시더라. 아니 충격을 받으셨다. ‘니는 내 안닮아서 다행이다’라고 하셨다.부엌에도 안들어가신 분이니 그럴만 했다. 지금은 아버지가 친척들을 잘 못알아보시고 기억력이 약해졌지만, 서언-서준만은 알아보신다.”
이휘재는 ‘슈돌’을 4년반이나 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았지만, 방송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린 아들을 내세워 묻어간다는 반응도 나왔다.
“제가 지인들의 결혼식 사회를 볼때 ‘아들 덕에 먹고 사는 이휘재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사실 그 부분이 내내 걸렸다.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알고있다. 받아들이고 있다. 이때문에 방송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저에게 서준이 아빠 하면 기분은 좋은데, 가족예능의 아빠로 각인되면서 과거처럼 자유롭게 토크하던 걸 못하게 됐다. 나도 놀면 잘 놀 수 있는데, 이젠 프레임에 가둬진 셈이다. 이자카야를 가도 사람들은 제 아들에 대해 물어본다. 남희석과 SBS ‘멋진 만남’할때 재미있었다.”
이휘재는 “만약 아들이 사춘기나 그 전에 ‘나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왜 그랬어’라고 한다면 미련없이 털고 떠날 거다. 아내와 영어를 배우는 것도 그런 점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휘재는 지난 27년간 예능 MC를 해온 경험이 축적돼 진행이 능숙하다. 2015년에는 연예대상도 받았다. 하지만 SBS 연기대상 진행 등에서 태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원칙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 확인한 계기가 됐다. 대중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기도 했다. 내가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고, 움직이는 세상 속에 묻어가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흐르는 물을 타고가야 되지 거스를 수는 없다. 세상을 바꾸고싶어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는 방송계에서 변화를 거부하면 끝난다. 세상이 흘러가고 변화하고 있으면 거기에 맞게 따라가려고 해야 한다. 실수도 있었지만,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이휘재는 27년간 방송 활동을 해왔지만 사단(私團)이 없다. 누구와 함께 사단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유재석, 강호동 씨가 부러운 게 사단과 그들의 리그가 있다는 점이다. 내 성향은 아니지만, 해보고싶은 생각도 든다. 제가 앞으로 방송을 얼마동안 할지는 모르고, 크게 욕심낼 건 아니다. 방송에서 티를 내지 않았지만, 평소 챙기는 후배들이 있다. 이들과 좀 더 발전적인 구상을 해보겠다.”
이휘재가 성시경, 김숙과 함께 진행을 맡은 KBS 2 ‘배틀트립’도 벌써 2주년을 맞았다. ‘배틀트립’도 이휘재에게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시작할 때만 해도 성시경과 ‘잘될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본다. 시끄러운 예능을 싫어하는 사람, 연령대가 조금 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휘재는 “왜 스튜디오 안의 프로그램을 주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스튜디오 안이나 밖이나 다 할 수 있다. 불러만 주시면”이라고 답했다. 그는 11일 밤 방송되는 JTBC ‘한끼줍쇼’에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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