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하트 시그널’엔 없고 ‘테라스 하우스’엔 있는 것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 채널A의 ‘하트 시그널’이 최근 시즌2로 돌아왔다. 20~30대 남녀 출연진들은 시그널 하우스에 모여 살며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매력적인 출연진들과 영상미, 러브라인을 예측하는 패널들의 추리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린 ‘하트 시그널’의 흥행 공식이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국내 연애 리얼리티 하면 단연 SBS의 ‘짝’이 떠오른다. 하지만 ‘하트 시그널’을 접했을 때 처음 떠오른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비슷한 설정의 일본 리얼리티 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다. 지난 2012년 후지TV에서 방영된 후 넷플릭스와 합작한 ‘시즌1: 도시남녀’와 ‘시즌2: 하와이편’이 나왔다.

채널A ‘하트 시그널 2’와 넷플릭스 ‘테라스 하우스: 도시남녀’

‘하트 시그널’과 마찬가지로 ‘테라스 하우스’의 여섯 남녀도 좋은 주택에 모여 살며 호감을 키운다. 테라스 하우스에서 그들은 직장 혹은 아르바이트를 다니고, 사업을 준비하거나 유학을 대비한다. ‘하트 시그널’의 출연진들이 자신의 일을 병행하며 시그널 하우스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정촌처럼 생업과 분리된 공간에 머물며 일주일 동안 짝을 찾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짝’과는 확실히 다르다.

또 ‘짝’이 개인 인터뷰를 통해 출연진들의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노출했다면, ‘테라스 하우스’와 ‘하트 시그널’은 출연진들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다 보니 패널들의 분석에 주목하고 공감하며,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몰입감이 높다. ‘하트 시그널’ 시즌1에서 배윤경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신경전이 그랬고, 시즌2는 오영주와 임현주의 팽팽한 긴장을 예고하고 있다.

VCR을 보며 러브 라인을 예측하는 ‘하트 시그널 2’ 패널들[사진=방송 캡쳐]

하지만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테라스 하우스’엔 있지만 시그널 하우스엔 없는 것 때문이다. ‘하트 시그널’의 시그널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썸을 위한 공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모인 독특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약 한 시간 반의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동안 러브 라인과 무관한 출연진들의 구체적 삶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의 매력이나 단점은 이성 앞에서 하는 행동으로만 평가된다. ‘러브라인 추리게임’이라는 프로그램 부제처럼 복잡한 연애 전선이 최대 화제며 이에 모든 역량을 쏟는 탓이다. 물론 재밌지만, 때론 피곤하다.

반면 ‘테라스 하우스’가 집중하는 건 따로 있다. 출연진들에게 테라스 하우스는 이성을 만나는 곳으로써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동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장소다. 카메라 역시 이들의 성장과 가치관을 담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넷플릭스 ‘테라스 하우스:도시남녀’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숱한 청춘이 그렇듯 확실한 신분과 지위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들은 모델, 미용사, 디자이너 등 각자의 꿈을 위해 이제 막 첫걸음을 뗐거나 떼야하며, 여전히 방황하기도 한다. 대부분 이미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하트 시그널’의 출연진들과 비교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꿈을 위해 힘을 모으고, 앞으로 나아가는 순수한 순간들을 함께한다.

사실 ‘하트 시그널 1’에도 이런 순간은 있었다. 카레이싱 선수 서주원이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소속팀과 갈등을 겪을 때다. 계약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낸 그가 시합 준비를 위해 영암으로 떠나는 날, 문 앞에서 다 같이 배웅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하트 시그널’의 다른 장면들과는 자못 느낌이 다르다. 시합 당일, 레이싱장을 찾아 그를 응원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하트 시그널’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러브라인 외 서사이자, 구체적 삶 속에 다뤄진 출연진들의 모습과 관계가 보였다.
 

채널A‘하트 시그널 2’

‘하트 시그널 2′는 여전히 재밌다. 다만 우리의 삶에 썸이 전부가 아니듯, 시그널 하우스에 모인 출연진들도 러브라인으로만 소비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 시그널 하우스에도 사실 더 많은 얘기가 숨어있지 않을까?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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