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Live)’가 갈수록 스토리가 깊어지고 몰입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2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Live)’는 보는 내내 짠했다. 이날 ‘라이브’가 쏟아낸 삶의 희로애락은 왜 인생드라마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게 했다.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담은 스토리에 공감할 수밖에 없던 것.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또 분노하고 즐거워하는 모든 순간이 그려졌다. 특히 생애 마지막 순간과 삶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의 공존을 함께 그려낸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배성우가 보여준 슬픔과 오열은 안방극장의 눈물샘을 폭발시켰다. 인생작을 만난 배성우의 레전드 연기는 매회 시청자들이 ‘라이브’를 보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정유미, 이광수 등 젊은 배우들과 배종옥, 성동일, 장현성, 이순재 등 베테랑 배우들이 펼쳐내는 구멍 없는 연기 열전에 호평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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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촌(배성우)이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존엄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가슴 먹먹함을 선사했다. 몇 년째 산소호흡기로 삶을 연명하던 어머니. 오양촌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도록 어머니를 보내주기로 결심했다. 오양촌과 아버지(이순재)는 애써 담담하게 이별을 준비해나갔다. 그렇게 작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평생을 고생시킨 아내에게 “미안했네”라며 속죄의 마음을 전하는 아버지, 눈물을 꾹 참아내다 결국 쏟아내는 오양촌 등.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셨다. 집 앞 마당에 어머니를 묻으며 엉엉 우는 오양촌의 슬픔이 TV 앞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머니를 보낸 슬픔과 함께 오양촌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후회에 잠겼다. 안장미(배종옥)가 부모님을 한꺼번에 보내드릴 때 자신은 무엇을 했나. 오양촌은 “난 네 옆에 있을 자격이 없어”라며 반성했다. 이에 안장미는 “내 인생에 자기마저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며 오양촌을 안으며 위로해줬다. 오양촌의 변화, 그리고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뭉클함을 선사했다.
정유미의 진면목도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22일 방송된 14회에서는 정식 경찰이 되기 전 위기를 맞게 된 한정오(정유미)의 모습이 그려졌다. 성폭행 예고사건 종료 후 학부모와의 만남에서 정오는 예방법에 대한 소신을 밝혔고, 이를 학부모들이 오해하게 되면서 갑작스레 언쟁이 벌어져 긴장감을 자아냈다.
정유미는 짠내 나는 시보생활과 소소한 로맨스, 잊고 싶은 과거사로 인한 눈물연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열연을 펼치고 있다. 돈이 없어 여성용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눈치를 보는 학생의 손을 꼭 잡아주고 다독이는 그녀의 행동은 그 어떤 말보다도 진심 어린 위로였다. 상투적인 감사 자리에서 직설적인 말투로 실효성 있는 예방법을 토로하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과거 아픔이 겹쳐 보이자 속상한 마음에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애잔하게 만들었다.
정유미는 14회에서 세 번의 눈물속에 각기 다른 세 가지의 의미를 표현해냈다. 극 초반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열망, 여자도 승진 되는 현실적 조건에 끌리는 오기로 똘똘 뭉친 악바리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피해자에게 절실히 공감하고 진심을 다해 위로를 전하는 경찰의 모습으로 한층 더 깊어진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