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시댁 갈때 차려입고 가는데
사위는 처가올때 추리닝 차림으로 와
분만방식 놓고 시부모들 지나친 관심
남편 어중간한 태도…피해는 아내 몫
비난 이전 비상식 문화 바꾸는 계기로
전지적 며느리 시점 방송인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관점을 바꿔 새로움이 잘 드러난 케이스다. 내용은 며느리와 시댁의 이야기로 그동안 ‘시월드’ 토크쇼에서 숱하게 다뤄졌다. 그런 내용을 토크쇼가 아닌 리얼리티물 형태로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관점을 며느리의 입장으로 바꾸자, 이전에는 별로 문제 삼지 않고 넘어 간 것들도 새롭게 보인다.
가령, 민지영 시어머니는 결혼 3개월차 새댁 민지영에게 “예쁘게 하고 오라”고 당부하는데, 민지영은 새벽부터 메이크업에다 어떤 옷을 입고가야 할지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사위는 장모 집에 편안하게 ‘추리닝’(트레이닝복이라 쓰고싶지가 않다) 입은 채로 가는데 나는 왜 시댁에 예쁘게 차려입고 가야돼” 이 간단한 사례만으로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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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시댁의 이야기는 그동안 ‘시월드’ 토크쇼에서 숱하게 다뤄졌다. 그러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는 이런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며느리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월드’ 를 택했다. 그러자 이전에는 별로 문제 삼지 않고 넘어 간 것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
네티즌들은 여기에 출연중인 세 며느리가 시집에서 당하는 유무형의 억압에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에 대해 네티즌들은 동정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박세미는 출산을 앞두고 만삭의 몸으로 명절에 시댁을 찾아 힘든 시간을 보냈고, 시아버지로부터 자연분만을 강요받는 모습까지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아내와 부모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한 개그맨 김재욱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그는 명절 준비로 고생한 아내가 다음날 오전에 친정으로 가자고 하는데도, “어른들과 윷놀이를 해야 한다”고 눌러앉았다.
그는 며느리의 분만방식을 놓고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있며 자연분만을 권유하는 아버지의 의견을 단호하게 물리치지도 못했다. 오히려 아내에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두가지 방식을 모두 시도해보는 절충안을 제안해 네티즌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김재욱은 논란이 커지자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희는 다 괜찮아요”라고 말한 것도 비난을 자초한 대응이다. 여기서 저희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 아내 세미는 괜찮지 않아 보이는데, 우리 식구는 괜찮다고 하는 것이 시청자에게 불편하게 다가온 것이다. 차라리 김재욱이 “앞으로는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역할을 잘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부모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는 재욱”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누구를 위한 순종인지는 자신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특히 김재욱 가정의 경우, 시부모에게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간섭을 자제하라고 하고싶다. 김재욱은 여기서 보통 아들보다 할 일이 훨씬 더 더 많아진다.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막아내 독립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남편의 어중간한 태도, 즉 직무유기는 아내(며느리)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가게 마련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놓고 김재욱 부모와 김재욱에 대한 비난과 질타로만 이어질 게 아니라, 실제 대한민국에 이런 가정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비상식의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재욱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 득과 실 정리. 득은 별로 없고 대부분 실이다. 조금 더 유명해진 걸 득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노이즈 마케팅이 필요한 개그맨도 아니다. ‘개그콘서트’ 외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거의 없는 김재욱이 처음부터 너무 센 프로그램에 나왔다.
리얼한 프로그램에서의 가정사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부정적인 가장 이미지가 생겼다. 그렇다고 리얼리티물을 ‘포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에게는 “남편 자격 없는 무능한 남편”, “꿔다놓은 보릿자루”, “최악이다” 등등 비호감 이미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여기서 SNS에 “우리는 괜찮다”는 식의 대응은 절대 하지 말길 바란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이슈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를 파악했으니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발전적 의견이라면 좋다. 그것이 김재욱에게는 악플을 감수하고 리얼리티물에 출연해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이 될 수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