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극중 남녀 주인공의 나이가 21세와 45세로 나이 차이가 무려 24살로 설정됐다는 점. 결국 40대 아저씨와 20대초반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또 하나는 여주인공인 이지안(이지은 역)이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 분)에게 배와 얼굴을 무참히 맞는 장면이 리얼하게 묘사되자 항의의 글들이 올라왔던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원석 PD는 “초반의 오해는 많이 풀렸다고 생각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제 체감으로는 ‘이제 나의 아저씨를 알겠다’는 사람이 제법 생겼다는 것이다”면서 “나의 아저씨가 내 남자, 이성이라는 사랑의 의미도 있지만, 나의 엄마, 나의 친구, 나의 이웃처럼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됐다는 느낌도 있다. 우리 작품은 후자 느낌으로 만들고 있다. 작가의 대본을 읽어보니 그런 감정이었다”고 답했다.
여주인공인 이지은도 “캐스팅 당시 감독께 내가 가수로 겪은 롤리타 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떳떳하지 못했다면 내가 거절했을 것이다. 지안과 동훈 사이에 ‘사랑’이 아닌 ‘사람’이 느껴지고, 거기에 감독이 확신도 주었다. 그래서 열심히 해볼께요 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PD는 “‘나의 아저씨’는 내가 했던 드라마의 기획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변하는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 교감하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고 덧붙였다.
10회까지 진행된 내용을 보면, 박동훈(이선균 역)과 이지안의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지안은 동훈에 대해 이상한 감정을 가진 건 아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의 삶이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지안이 도청을 통해 동훈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걸 알게되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계맺기다. 이게 드라마가 말하려는 부분이다. 언어장애를 지닌 할머니를 모시고 거칠고 어둡게 살고 있는 지안이 40대 회사원 부장인 동훈을 만나면서 조금 밝아지고 조금 성장했다.
이지은은 “지안이 동훈에게 위협적인 일도 했다. 지안이 밝고 건강한 캐릭터가 아니지만 독특해서 흥미를 느꼈다”면서 “지안이 하는 행동들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보다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해내면 나름 성장하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또 김 PD는 “현실은 어둡고 우울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 않나. 차갑고 우울한 얘기인줄 알았는데, 따뜻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듣고싶다”고 했다.
지안은 평소 드라마의 여주인공과는 많이 다른 인물이다. 살인, 소매치기, 앵벌이로 일찌감치 범죄 행위에 노출된 인물이다. 이런 여성과 극적으로 매력화된 남성이 아니라 보편적인 40대 남성간의 감정선을 끌고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아저씨 하면 떠오르는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아저씨들은 음흉하고 가부장적이다. 이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중문화에서 일정 부분 그런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 사실이다. 나이와 지위라는 권력을 무기로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중년 남성인 ‘개저씨’나 ‘꼰대’ 말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여직원들에게 성희롱하고, 막말과 도를 넘는 행동을 일삼는 공철구 차장이 드라마에서 자주 그리는 아저씨상이다. 아직은 높은 젠더 감수성을 보여줬던 유연하고 푸근한 아저씨는 판타지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저씨가 부정적으로 생각될수록 이 드라마가 의미가 있다. 김원석 PD는 “아저씨라는 말을 버릴 수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아저씨는 집에 가면 가장(家長)이다. 열심히 돈 벌어 가정을 꾸려나가는 보편적인 가장들이 많다.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같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원조교제나, 꽃뱀 등 성적 관계로 바라보는 세상에 그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소중하다고 보게 하는 희한한 드라마의 효용가치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지안과 동훈의 인간관계를 잘 설득시켜 이 드라마가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우정과 연대를 함께 하는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의 논의로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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