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버지에게 60대 로맨스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청자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유동근이 장미희(이미연)와 만나는 데 대해 유동근 가족들의 갈등이 남아있지만, 60대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본분을 잃지 않으며 로맨스에서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게 만든 건 유동근이라는 배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자 힘이다.
유동근은 그동안 묵직한 정통사극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뿐만 아니라 중년의 로맨스(‘애인’)와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황혼의 로맨스까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18/04/20180429000129_0.jpg)
유동근은 ‘같이 살래요’에서 아내 없는 가장이다. 열심히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 인생을 살아왔다. 아내가 죽은 후 인생의 절반을 네 남매의 생계를 위해 투자했다. 그럴 때 갑자기 어린 시절 첫사랑 이미연(장미희)이 자신의 인생에 훅 들어왔다.
장미희는 처음에 유동근에게 “나랑 사귀자”고 했다. 하지만 유동근은 “내가 우리 애들 아빠거든”이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미연은 이제 “나랑 살래”라고 말했다.
유동근은 마음이 흔들렸다. 자식들 다 시집, 장가보내고, 가끔씩 손주들 보며 혼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바뀌었다.
장녀인 선하(박선영)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 희생해왔던 20대를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버지에게도 자식들을 보면서 살라는 한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늙으면 그렇게 죽은 듯이 살아야 하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그런데 왜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거지? 그러다 병들면 산송장처럼 살다가 죽는 건가? 그래야 되나.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줄 알았어. 근데 지금 이 나이 돼보니까 내 마음은 아직은 펄펄 살아있더라. 여기 이놈은 늙지도 죽지도 않아”
이 대사를 전하는 배우 유동근의 마음은 시청자에게 오롯히 전해졌다. 순식간에 몰입도를 높인 유동근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도 먹먹한 여운을 전했다.
유동근은 자식과 첫사랑,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효섭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표현해내고 있다.
장미희(이미연)와도 좋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장미희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들이대는 스타일 같지만 이유가 있다. 효섭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 효섭에게 “넌 날 좋아하니까. 늘 좋아했잖아. “지금이라도 다르겠어? 내 눈 5초만 보면 심장 터질걸”이라고 말했다.
60살 전후가 되면 인생에서 외로움이 중요한 부분이 된다. 외로움에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연은 ”10억 정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섭과는 5천원이면 외로움이라는 문제가 간단히 해결됐다. 맥주 2캔을 들고 효섭이 집에 가 함께 마시며 이야기하면 되니까.
‘같이 살래요’는 효섭과 미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신중년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네 남매의 아버지와 사랑을 꿈꾸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동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