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어른멜로를 연기한 보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선아(42)가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멜로 연기를 펼쳤다. 기존 멜로와 다른 점은 ‘어른 멜로’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김선아는 이번 드라마에 출연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랑을 하면 좀 더 가봐야 알 수 있다. 13년전 작품인 MBC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을 지금 보면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애들 장난 치고 하는 연애는 다해봤다. 달달한 연애 등 이것 저것 다해본 어른이 서툴지만,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 점에서 이 드라마가 괜찮았다. 함께 한 배우들도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게 활성화 되는 걸 보고싶다.”


김선아(안순진 역)는 나이 들어 만난 손무한(감우성)이 자신에게 “나 죽어요. 미안해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확실히 다른 화법이다. 김선아는 “만난 지 얼마 안된 남자가 죽는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요즘 멜로는 ‘사랑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그런 말을 자주 해주길 바라고, 바로 전화한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궁금한 것이 있지만 참는다. 자기 표현에도 서툴다. 아픈데도 6년 동안 참고 살았다. 그래서 애틋하다.”

김선아는 드라마 제목인 ‘키스 먼저 할까요’를 보고 설렘이 있었다. 제목이 약간 ‘로코’같은 느낌을 주면서 애매하면서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인지 대본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본을 조금만 펼쳐도 배유미 작가가 멜로장인인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배 작가님은 회마다 생각지도 못한 표현이 한번씩은 꼭 나온다. ‘그림자도 못돼쳐먹었어’라는 대사를 쓰기는 쉽지 않다. ‘세상 끝에 매달려있다’ ‘사랑해볼까 하는데~’ 등 멋부리는 대사가 아닌데도 깊이가 있다. ‘자러 올래요’ 같은 대사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이지만 말로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대사다. 밤새 누가 지켜준다는 든든함이 연상된다. 사실 이 대사에는 슬픔이 깔려있다.”


김선아는 지난해 연기한 ‘품위있는 그녀’속 박복자는 불쌍한 여자라고 했다. 이번에 연기한 안순진에게는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외로움이 손무한(감우성)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김선아는 “20살이 넘으면 어른이다. 어른은 말도 잘하고 모든 걸 잘 할 것 같지만 많이 서툴다. 표현을 안하고 담아둔다. 용기도 없다”면서 “쌓아놓기만 하는 어른들을 포용해주는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해주셨다.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아는 감우성과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고 했다. 감우성의 절제된 감성 연기와 김선아의 코믹 깨알 연기의 만남은 독특한 분위기로 어우려졌다. 감우성과는 생일이 똑같은 인연까지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감)우성 오빠와 작품에 대해 말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는 것.

김선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관이 좀 더 분명해진 것 같았다. “암덩어리를 가진 남자. 아이를 잃은 여자. 이는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이고 설정이다. 이맘껏 살아온 중년들 상처의 깊이일 수 있다.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 안아주고 극복할 것이냐, 큰 아픔을 가진 채 하루하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의 얘기다. 그래서 불안한 내일을 어떻게 맞이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선아는 “어차피 내일은 불안한 거다. 나도 불안하고 너도 불안하다. 서로 보듬어가면서 살자는 생각이다”면서 “평범하게 살자는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는 앞으로 어둡고 우울한 역보다는 밝은 역할을 하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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