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가 그려내는 지구대 경찰의 ‘실상’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 드라마 ‘라이브’를 보는 건 힘들다. 하지만 계속 보고 싶다.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들이 예상보다 훨씬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라이브’는 제작진의 철저하고 생생한 취재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렇게 나가면 20부작, 30부작도 가능할 듯 싶다. 아지만 아쉽게도 이번 주말 종영한다.

‘라이브’를 보면서 경찰들이 피 흘린 상황을 접하게 되는 일이 이렇게 자주 일어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보순경 염상수(이광수)가 지금까지 입은 부상은 벌써 여러 번이다. 그중에는 경상이 아닌 큰 상처도 있었다. 심지어 고참 경찰은 사이코 패스형 범인이 쏜 사제권총에 맞아 사망했다. 부상을 입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하는 게 우리가 떠올리는 파출소 경찰에 대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시보순경 한정오(정유미)와 송혜리(이주영)는 막상 이런 실상을 접하고, 국비유학으로 해외에 나가려고 하거나 지구대 일을 계속할지를 고민한다.


지금까지 나온 경찰 소재 영화나 드라마는 사건 위주의 드라마 일색이었다. 범인을 잡아내는 히어로형 형사, 권력이나 돈을 좇는 속물형 등이다. ‘라이브’는 지구대 경찰들의 ‘실상’을 담았다. 이들이 하는 일에서 액션 히어로의 모습은 없다. 주취자가 경찰차에 토해 놓은 걸 치워야 하고, 파출소까지 와서 싸우는 사람을 말려야 한다. 주취자 처리를 복 받은 인생이라고 여겨야 한다. 물론 연쇄 성범죄와 가정폭력, 아동실종사건, 영아유기, 독직폭행 등 묵직한 소재도 건드린다.

경찰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수없이 많아도 파출소 순경들의 생생한 일상을 담아내는 걸 왜 못했을까? 역시 노희경 답다. 노희경 작가가 ‘라이브’를 쓴 계기는 촛불집회다. 여기서 그는 경찰을 봤다. 집회를 막지도 못하고 참가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 그들은 경찰 버스 옆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막상 현장에 나와 있지만 이들 경찰은 집회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책임질 위치가 아니다.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현장에 나오지 않는다. 노희경 작가는 이를 써보고 싶었다. 사회에다 뭔가 말해야 했다. 그게 작가다.

노 작가는 전국에서 사건 사고가 많기로 소문난 홍익지구대 순찰차에 경찰과 함께 타 철저하게 취재했다. 이게 장르물적 재미를 줄 수 있는 바탕이다. 그렇다고 지구대 경찰들의 애환을 에피소드로 나열만 한 게 아니다. 팩트에 바탕을 두면서도 구조적으로 파악해 시스템의 부조리를 얘기한다.

시보 경찰이 경찰 정식 임용전까지 1년간 월 140만원을 받는 현실을 밝혔다. 농성장에 진압하려 나갈때 첫번째 수칙은 ‘아무 것도 하지마라’다. “경찰이 열라 맞아도, 짓밟혀도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거야”라고 가르친다.

“내가 이래서 검사만 영장 청구권 있는 게 용납안돼” “독직폭행 걸리면 경찰이 옷 벗는 걸 아는 놈이죠” “국가도 국민들 모두 경찰이 맨몸으로 범인을 잡길 바래” “경찰의 적은 골치 아픈 민원인이 아니다. 우리를 이용하고 버리는 국가다”

스토리속에서 이런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때 그 파워는 커진다. 날 뛰는 범인에맞서 그에 맞는 대응을 하다가는 ‘과잉방어’로 경찰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독직폭행으로 파면된 경찰퇴직자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술취한 주민의 차를 주차해주다 낸 사고로 자살 기도까지 하게된 사연, 지구대안에서 취객을 말리다 밀치게돼 당사자에게 오히려 협박 당하는 경찰의 사연을 보면서 제작진의 끈질긴 취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도 결국 ‘감정노동자’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했다.


오양촌(배성우)ㆍ안장미(배종옥) 부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베테랑 경찰부부로 나온다. 하지만 둘 다 중징계를 받는다. 연쇄강간범을 잡고도 늑장대응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안장미가 징계위원회에서 경찰간부에게 한 말은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한다. “처음부터 과장님, 서장님이 미안하다고 제안했다면… 아니, 경찰의 매뉴얼이 잘못됐다며 고쳐보자고 제안했다면 내 성질에 이렇게 구구절절 말 안 하고 그냥 끝났다” 이 사안이 과연 안장미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에게 ‘감봉’도 아닌 ‘정직’으로 처리하고 말 일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이밖에도 가정사를 돌보지 않고 오직 경찰 업무만 수행하다 아내로부터도 이혼 요구를 받은 ‘경찰 레전드’ 오양촌의 어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의 숙연한 장면을 보면서 역시 노희경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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