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설정스님·현응스님 ‘판도라 상자’ 열다…조계사 ‘대응 수위’ 촉각

[헤럴드경제=이슈섹션] MBC PD수첩이 그동안 각종 의혹에 휩싸여온 조계사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이로 인해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오늘(2일) 오전 주요포털 실검 상단에 일제히 노출되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전날 방송된 ‘PD수첩-큰 스님께 묻습니다’편에서는 조계종 큰 스님인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각종 비위 의혹을 다뤘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서 설정스님이 한 여승과의 사이에서 A씨를 출생했고 A씨가 설정스님의 큰형과 여동생, 둘째형 등의 집으로 계속 전입신고를 하다 의혹이 커지자 캐나다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의혹은 A씨가 재판부가 권고한 유전자 검사를 미루면서 더 짙어졌다. 여기에 제작진은 설정스님의 딸로 지목된 A씨에게 10년간 5800만원이 송금된 통장 계좌내역과 설정스님의 친인척들이 송금한 계좌내역도 공개했다. 설정스님 측이 A씨에게 송금한 금액은 총 2억원에 이른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1일 방송된 MBC PD수첩 제작진이 제기한 설정스님과 현응스님의 각종 의혹. 방송 캡처.

이에 설정스님 측은 “수덕사에 주지로 있으면서 많은 핏덩이들을 입양시켰고 그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또 설정스님의 재산·학력위조·법인카드 사용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조계종 측은 서울대 수료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사과했고 형의 소유인 한국고건축박물관이 부채로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가등기만 한 것이고 조만간 수덕사로 소유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현응스님의 여신도 성추행과 유흥업소 출입 의혹 등도 제기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미투(#MeToo)’ 게시판에 현응스님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신도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현응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제보자의 폭로도 공개했다.

B씨는 지난 3월 16일 한 사이트를 통해 현응 스님이 술을 마신 뒤 모텔에 데려가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B씨는 “현응 스님이 모텔 방에 들어가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양주를 마셨다. 제게도 술을 권했지만 두려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며 “해인사로 들어가자고 하니 술이 깨야 갈 수 있다며 침대에 가서 누웠다. 그리고 손을 잡아끌어 옆에 강제로 누워있게 했고, 몸을 만지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이석심 전 해인사 종무실장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이 글 자체가 100% 허위라는 것을 확신한다. 저희가 확인하고 있는 내용이나 정황 증거로 봤을 때 실체가 없는 가공의 인물이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일축했다.

이에 제작진은 글의 작성자를 어렵사리 수소문해 만났다. 2005년 해인사 자원봉사를 한 B씨는 그때 상황을 설명하며 ‘손만 잡겠다고 잡아끌면서 허리도 만지고 절 더듬었다“며 ”그때는 정말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해인사 스님들의 회식 자리에서 현응스님을 만났다는 또다른 제보자는 “그날은 고기, 술, 음료가 상에 가득했다”며 “현응스님이 러브샷 하자고 했고 이거는 해야 되는 분위기인가 보다 생각하고 했다. 러브샷 하고 난 뒤 스님이 ‘이거는 안주다, 안주’이러면서 입에 탁 키스를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현응스님을 비롯한 해인사 스님들이 대구 시내 유흥가 주점 사장들에게는 꼭 모셔와야 할 ‘왕 고객’이라고 전했다.

현응 스님이 주지로 재직하던 2005~2008년 당시 해인사 명의 법인카드 내역에 따르면 이들은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에서 거액을 결제한 뒤 호텔,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결제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법인카드 내역에는 접대 여성이 나오는 술집과 스님들이 만원짜리 지폐를 쌓아두고 팁을 주는 장면도 목격됐으며 술자리는 성매매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PD수첩’은 전했다.

한편 방송 전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 설정스님과 현응스님은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과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방송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피보전 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MBC의 손을 들어줘 1일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전파를 탔다.

조계종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에서 “법을 위반해 취득한 자료를 ‘PD수첩’에 제공한 불교닷컴, 불교닷컴과 치밀한 공모 하에 무분별한 의혹 제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한 MBC 최승호 사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불교를 파괴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은 또 조만간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공식 반박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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