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남기는 대신 할 얘기 다 쏟아
‘현장의 욕받이’ 경찰의 절규 처절
평범한 사람들이 이룬 성취에 박수
정의·사명감·연대의 소중함 일깨워
일선 지구대 경찰들의 실상을 담은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는 종반에도 촘촘히 연결된 이야기로 여운을 남겼다. 할 이야기를 다해 더할 이야기가 없는 여느 드라마의 종반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6일 방송된 최종회. 염상수(이광수)가 총기 사용 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염상수가 범인에게 총을 쏜 것이 과잉진압으로 둔갑됐다. 이때 오양촌(배성우)이 절규하듯 말했던 징계위에서의 증언은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연결돼 뭉클함을 남겼다.
“전 오늘부터 경찰로서 목숨처럼 여겼던 사명감을 잃었다. 지금껏 후배들에게 어떤 순간에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라, 경찰의 사명감을 가져라고 했다. 어떤 순간도 경찰 본인의 안위보다 시민을, 국민을 보호라고 수없이 강조하고 말해왔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을 했던 모든 순간들을 후회한다. 니 인생은 국가, 조직, 동료 누구도 보살펴주지 않는다. 우리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현장의 욕받이다. 이렇게 후배에게 가르치지 않은 걸 후회한다. 누가 감히 현장에서 25년 넘게 사명감 하나로 악착같이 버텨온 나를 이렇게 하찮고 비겁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는가. 누가 감히 내 사명감을 가져갔는가.”
이 말에 힘이 실린 것은 지금까지 오양촌의 지구대 경찰로서의 활약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의 치열한 취재가 느껴지는 에피소드와 캐릭터 덕분이기도 하다.
오양촌은 사건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부상도 여러 차례 당했다. 저렇게까지 경찰 생활을 해야 하나 할 정도였다. 현장을 지키다 장인 장모 등 처가의 결정적인 일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런 오양촌이 이런 말을 했다는 자체를 기억해야 한다.
오양촌은 징계위 참가 직전 부사수 염상수를 만나 “다음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도망가”라고 말했다. ‘범죄 라이브’ 현장에서 매뉴얼 대로 모든 과정을 거쳐 피해자가 생기건 말건 자신만 빠져나가는 경찰들로 가득하다면 사회가 유지되기 어렵다. 적어도 박봉에도 불구하고 사명감 하나로 일 하는 경찰관이 있어야 한다.
기한솔 지구대 팀장(성동일)과 은경모 팀장(장현성)이 순경 한 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경찰 고위층을 찾아가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이들의 비위가 촬영된 동영상으로 협박(?)까지 하며 염상수의 징계를 막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때 기한솔 대장이 이들 고위간부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무서운 경찰은 두 종류가 있다. 사명감 있는 경찰과 언제건 옷 벗을 수 있는 경찰”
일선 경찰의 사명감은 그 정도로 중요하다. 그 사명감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 악을 없앨 수 있게 한다. 그런 거창함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술 먹고 싸우고 마구 부수는 시민을 말려야 한다. 주취자가 토한 걸 치우는 현장 경찰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결국 ‘라이브’는 일선 경찰들의 실상을 담아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고, 그들의 사명감을 되새기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라이브’는 경찰 제복 뒤 숨겨진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이 아닌,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이고 이웃인 경찰들의 삶을 펼치며 안방극장에 뜨거운 울림을 전했다. 그 동안 디테일하게도 다루지 않았던 지구대 경찰들의 모습. 다양한 사건 사고들 안에서 경찰로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인물들. ‘라이브’는 이들의 삶을 생생히 그려내며 시청자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노희경 작가는 “이 세상은 영웅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이 이뤄낸 것이다”면서 “‘정의, 동료애, 사명감, 어른다운 어른, 젊은이다운 젊음, 공감, 유대, 연대, 이해’는 여전히 찬란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타성에 젖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관찰하라는 것이 ‘라이브’의 의미”라고 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