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13회는 상훈(박호산)과 기훈(송새벽) 형제가 동훈(이선균) 아내인 윤희(이지아)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됐다.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상훈은 “제수씨가 용서해달라고 하면 용서해주는 거야”라며 윤희를 달래라고 했지만, 기훈은 “형이 죄지었어? 왜 달래? (형수와) 헤어져”라며 길길이 뛰었다.
당사자보다 더 화가 난 것처럼 분개하는 기훈에 “니가 나보다 더 괴로워? 넌 내가 다 둘러엎고 깽판을 쳐야 속이 시원하지?”라며 화를 낸 동훈. 그런데 기훈은 망설이지 않고 “어”라고 답하며, “그렇게라도 형이 실컷 울었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속을 내보이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는 동훈이 안타까웠기 때문일 터. 극과 극의 모습이었지만 알고 보면 모두 동훈에 대한 진한 우애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도청을 통해 삼형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지안은 동훈에게 ‘내일 인터뷰 잘하세요’라더니, 곧이어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훈은 답장 대신 “고맙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기훈은 “그럼 들리냐. 문자해. 고맙다고”라며 핀잔을 줬지만, 결국 동훈은 답장하지 못했다.
동이 터오는 새벽녘, 지친 얼굴로 형제들과 나란히 골목길을 걷던 동훈은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져”라고 했다. 이지안이 얼마나 동훈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인지 느껴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심에 대해 “어떻게 볼지 뻔히 알기에 말할 수 없다”는 동훈. 그러자 기훈은 “그렇다고 고맙다는 말도 못해? 죽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해? 해. 해도 돼. 그 정도는”라고 했고, 동훈은 조금은 가뿐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맙다. 옆에 있어 줘서.” 지안에게는 직접 전할 수 없는, 그러나 도청을 통해 지안에게 전해져 더 가슴 아픈 진심이었다.
다음 날, 동훈은 상무 자격 심사를 향한 마지막 고비 위에 섰다. 인사위원회를 마주한 동훈에게 윤상무(정재성)는 또다시 ‘파견직 이지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살인 전과 있는 앱니다. 사람을 죽였다고요!”라는 윤상무의 말은 회의실을 뒤흔들었다. 동훈은 누구라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고,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 받았다고 말하며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조회에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왜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며 한 인간의 과거를 붙들고 늘어지느냐”고 반박했다.
이처럼 상무 심사 인터뷰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지안을 두둔하는 동훈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역시 박동훈”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의 말미 백팩 하나만을 맨 채 집을 나선 지안은 출근하지 않았다. 도준영(김영민) 대표가 지안을 찾아와 회사를 떠나라고 협박했고, 친구이자 조력자인 기범(안승균)은 경찰에 쫓기게 된것으로 보아 결국 지안은 동훈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안이 없는 사무실, 동훈의 책상 서랍에 덩그러니 남겨진 ‘슬리퍼’가 더욱더 애잔하게 보였던 이유였다.
지안은 과거 낡아진 박동훈의 슬리퍼를 보고 새 슬리퍼를 사 그의 책상 서랍안에 넣어뒀지만, 동훈이 신지 않아 가져가 버린 신발이었다. 지안은 슬리퍼를 새로 사 동훈의 서랍에 다시 넣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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