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은 직원이 아이유에서 임윤아로 바뀐 점만 빼면 민박집 주인인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민박집을 찾는 손님이라는 구조는 시즌1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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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채워넣기에서 비우기로, 도시보다는 지방(로컬), 문명보다는 자연적이고 생태환경적인 느낌이 나는 이 프로그램은 사람을 흡인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요일 밤 9시대 뭔가 편안하게 한 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월요일을 맞기에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효리네 민박’은 대표적인 저성장 시대의 예능이다. 출세와 돈벌이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 목표에 도달하고 나니 남는 건 허무다. 아니, 이제 목표에마저 도달할 수 없다. 그러니 목표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소확행(小確幸)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으로 정의하지만 여기에는 젊은이들의 깊은 좌절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효리네 민박’은 무척 잘 어울린다. 지난 13일에는 주제라고 할만한 내용이 제시됐다. 이효리, 이상순, 임윤아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 효리-상순 부부가 나눈 대화에서다.
“제주생활이 사람들은 로망을 갖고 있지만 되게 단조로워. 여름에도 지난여름처럼 똑같이 살고 겨울에도 지난겨울이랑 똑같고 특별히 변화무쌍한 일이 없잖아”(효리)
“단조로운 게 너무 심심한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한 5년 되니까 익숙해지고 이런 게 진짜 안정감 있고 좋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고 불안한 게 없어져”(상순)
효리-상순 부부가 제주생활 5년만에 깨달은 진리가 ‘효리네민박’의 주제다. 단조로와도 마음이 편안한 걸 최고로 치는 삶이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삶과 정반대의 삶이다.
물론 돈이 많은 이효리의 삶을 따라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내 자리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편안한 것, 그 앞에 아메니카노 한 잔이있는 삶도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