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150석 규모 상설공연장 짓고
같이 활동하던 옛 친구·후배들 불러
음악 즐기며 인생을 노래하는 그 곳
“나는 어릴 때부터 내 맘대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삶. 그것이이장희다.”
가수 이장희(71)가 자신의 정원에 최근 150석 규모의 공연장 ‘울릉천국 아트센터’ 문을 열게 했다.
울릉도에서 만난 이장희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겉으로는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그는 40여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다. 이장희는 손대는 사업마다 크게 성공했다. 그가 사람을 쓰는 방식은 재주 있는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이다. 재주는 조금 부족해도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과 함께 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성공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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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여행 마니아였다. 잉카 유적지 , 타이티, 남극도 다녀왔다. 80년대말 고등학교 2년 선배인 소설가 최인호와 의기투합해, 미국 서부를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 이장희는 중고차를 사고, 최인호는 기름값을 댔다. 그랜드캐넌,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미국 서부의 대자연은 그때 거의 다 봤다.
은퇴 후 살 곳도 구상했다. 5차례나 간 알래스카는 좋았지만 겨울에 살기가 힘들었다. 섬을 좋아하는 그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정착하려고 했다. 하지만 1996년 친구의 권유로 처음 울릉도를 찾아 도보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울릉도의 잔상이 계속 남아있었다.
“나에게 아름다움은 이반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에 나오는 배경이다. 안락의자(암체어)에 앉아 편하게 있고, 여성은 뜨개질 하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 이미지다.”
이장희는 2004년 ‘라디오 코리아’ 방송국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울릉도에 정착했다. 그는 꽃씨를 심어 화단을 가꾸고 연못을 만드는 등 자신만의 정원을 꾸몄다.
“울릉도는 전부 산이다. 평지가 거의 없다. 아기자기함은 없다. 나리분지도 늪지였다고 한다. 여기에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한국사람으로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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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천국 아트센터 전경 |
이장희는 울릉도에 땅을 사기 위해 복덕방이 없어 농협을 찾아갔다. 그곳 직원의 도움으로도 경북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1만2000평의 땅을 살 수 있었다. 그는 “치솟은 바위가 압도적으로 느껴졌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여기서 그는 더덕 농사를 3년간 지었지만 허리가 아파 포기하고 예쁜 정원을 가꿨다. 이제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가 됐다.
이장희가 사는 곳에 공연장을 짓자는 아이디어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서 나왔다. 멋있는 장소만 볼 게 아니라, 그곳에서 좋은 음악을 감상하자는 의도였다. 이장희는 그 부지를 흔쾌히 울릉군에 기증했다. 그는 자연스레 놓았던 음악을 다시 하게 됐다.
“밴드 ‘동방의 빛’을 함께했던 강근식(가타), 조원익(베이스)도 울릉도에 내려와 공연을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해 좋았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찾아 저희와 함께 음악을 즐기며 추억도 담아갔으면 좋겠다.”
이장희는 ‘그애와 나랑은’ ‘자정이 훨씬 넘었네’ ‘울릉도는 나의 천국’ ‘내 나이 60하고 하나일때’ ‘나는 누구인가’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그건 너’ 등 자신의 히트곡을 하나씩 불러나갔다.
그는 4년전 이문세, 이승철, 신승훈, 김장훈, 장기하 등 후배가수들이 이곳을 찾아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앞으로 매주 세 차례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장희에게 음악과 오래된 친구가 있는 곳,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편하게 느껴졌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