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프로듀싱한 방시혁의 소통방식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방시혁(46). 그는 요즘 만나기 힘든 사람이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 기획자다. 방탄소년단이 기획될 때만 해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소형기획사였지만 이제 직원만도 100명이 넘는 회사다. 멀지 않아 빅히트가 상장되면 ‘국내 3대 기획사’를 모두 누르고 시가총액 1조원 기업에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방탄소년단의 가치는 무한하다.

10년전 방시혁 프로듀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2007년 현대자동차 i30의 ‘달라송’을 비롯해 지펠냉장고의 ‘윤은혜 샐러드송’ 뮤직 마케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송’ 시리즈의 원조격이다. ”물건을 사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CF를 문화에 접목시킨 그는 마케팅과 소통 방식에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광고주는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대중은 광고는 안 보려고 한다. 여기서 양쪽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송’이 나왔다. 이렇게 해서 양쪽을 설득시키는 작업이 재미있다.”

“모든 이슈가 인터넷상에서 발생하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 소비되는 시대에는 네티즌의 반응이 마케팅의 관건이다. 네티즌은 본능적으로 홍보성이 짙은 콘텐츠는 거부한다. 그래서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쇼를 만드는 거다. 무게 잡을 필요 없다. 사랑 노래 등 개인의 사소한 욕구들을 살짝 보여주면서 같이 노는 거다. 이런 이야기는 어때? 이 정도만 하는 거다. 소설로 따지면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 된다. 그런데 대중의 인식과정이 개입되지 않은 과정에서 감성을 넣어주는 게 중요하다.”

방시혁 씨는 이런 작업을 대중을 ‘유쾌하게 속이는 일’이라고 하며 노는 방법을 가르치는 행위일 수도 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을 프로듀싱하기 전의 말이지만 그가 SNS의 수평적인 소통방식과 퍼즐 집어넣기를 즐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철학적으로 풀어보면, 피라미드형 위계적 방식인 수목형 구조가 아닌 수평적이고 네트워크적인 ‘리좀’(고구마처럼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줄기) 형태를 추구한다.

방탄소년단이 소통 내용물과 소통 방식(채널)을 중시하는 것과도 상통한다. 방탄소년단은 노래속에 학교, 청춘, 유혹, ‘러브 유어셀프(자신을 사랑하기)’등 연작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던졌다. N포세대 이야기와 열정페이, 수저론을 말하기도 한다. 이번 3집 수록곡인 ‘낙원’은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가사가 힘든 젊은이에게 특히 잘 먹히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니체, 어슐러 K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등 철학과 문학을 가사나 뮤직비디오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재밌는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고민과 메시지 내용이 외국팬들에게도 와닿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의 이야기 같지만 외국팬들의 고민이 된다. 고민의 보편성이다.

과거 K팝이 외국으로 진출할 때의 메뉴얼은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이던 시절이 있었다. 보아를 ‘메이드인재팬’ 콘텐츠라고 부르는 시절이 있었다. 소녀시대나 카라도 일본에 갈때 몇몇 노래를 일본어로 불렀다. 이게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 때는 맞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돌아보게 했다.

‘비긴어게인‘에서도 윤도현이 처음에는 한국 노래보다는 U2 등 영어권 가수의 노래를 부르다가 김윤아(자우림) 로이킴 박정현 이수현(악동뮤지션)은 점점 한국 노래를 많이 부른다. 이들의 버스킹을 감상한 유럽인들은 내용은 모르지만 멋있고 완벽하며 감동적이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도, 가사가 각종 외국어로 번역돼 유튜브 등에 오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공감이 더 잘 이뤄진다. 방탄소년단은 기계적 아이돌이 아닌 인간적인 아이돌로 인성 등은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자발적 순수 팬덤인 ‘글로벌 아미’는 이 소통 체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방시혁은 이런 소통의 쾌감, 적중의 쾌감을 맛보며 흐뭇해하고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의 재미는 이런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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