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식량일기’, 식량은 소중하다는 그 이상을 담아야 한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에서 방송중인 예능 ‘식량일기-닭볶음탕 편’이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논란에 빠졌다. 6일 2회차를 맞았지만, 그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자신이 키운 닭을 잡아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많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프로그램을 폐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명을 오락거리로 접근한다는 게 폐지 주장의 이유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멤버들도 이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병아리가 인공부화기에서 막 부화돼 나와 삐약삐약 하고 있을 때다.

“식량을 키우는 거니까 감정을 넣으면 안되지”(박성광)

“병아리를 잘 키워 잡아먹을 수 있나?”(서장훈)

“우리 어릴 때 병아리, 닭 키우면 식량으로 키운 거지”(이수근)

“맞어. 키우는 목적은 먹으려는 거거든. 근데 너무 애정을 가지잖아”(서장훈)

“보시는 분들도 우리가 먹는 걸 원치 않을 것 같아”(보아)

“그럼 우리가 키운 닭이랑 다른 곳에서 닭을 교환해 먹으면 되지 않나”(닉)

“이왕 먹을 거면 우리가 키운 걸 먹는 게 낫지”(보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의 큰 반대에 부딪친 ‘식량일기’ 제작진은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은 음식을 먹을 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한번쯤 고민을 해봤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단순히 체험을 해보는 정도가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땅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실제 농부가 된 출연진의 모습을 보여드린다. 무엇보다 그동안 예능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분들에게서 나오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시농부 7인의 좌충우돌 농사 성장기를 함께 담는다는 것이다.

시청자 반응도 찬반으로 나눠지는데 반대가 더 많은 것 같다. “치킨은 잘 먹으면서 뭐가 잔인하다는 건가”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이렇게 꺼림칙하고 모순되는 방송을 왜 하느냐”는 목소리도 높다.

제작진은 우선 ‘식량일기’의 취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정체를 알수 없는 괴작 예능, 무뇌 예능”이라는 과격한 표현도 있다. 하지만 잡아 먹고 안먹고를 떠나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정체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지금이 자급자족해서 먹어야 하는 식량난의 시대도 아니고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시청자들이 분명 있다.

과거 주로 시골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먹던 시절도 있었다. 외국인과 국내 애견인들이 잔인하다고 하자 어떤 분이 “한국에는 개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식용으로 쓰는 Fat이고, 또 하나는 애완으로 키우는 Pet이다. 한국인들도 전자만 먹고 후자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문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역사적 맥락을 감안하면 이 말이 조선시대라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법하지만 지금 이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다.

‘식량일기’도 이왕 이런 소재를 다룬다면 좀 더 세밀해져야 한다. 사실 이런 소재는 가볍게 다룰 내용이 아니다. 예능보다는 다큐로 접근해야 한다. 2회가 방송되는 동안, 무의 생태나 주꾸미가 1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되는 그 과정을 알려준 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생명을 가지고 나온 것이니 소중히 해라, 이 당연한 소리를 하는 이상의 것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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