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소재가 부담스럽고 사명감이 없었다. 하지만 할머니로서 일본에 가 당당한 재판을 받은 이야기가 와닿았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생각했다.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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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희애(문정숙)의 대사 부분에 “부끄러워서. 나혼자 잘 먹고 잘 산게”라는 대사가 나온다. 김희애는 “그 분들이 재판에서 일부 승소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물론 이것도 뒷북이지만. 그나마 영화를 통해 그런 걸 알리는데 동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행사 사장인 문정숙은 처음부터 ‘좋은 일 하고 말거야’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됐다. 오해도 받고, 손가락질도 받으면서 그렇게 큰 일을 해낸 게 놀랍기도 했다.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 감동으로 와닿았다.”
김희애는 우아함의 대명사다. 이번에는 그런 기존 이미지를 덜어내야 했다. 머리를 자르고, 흰머리와 주름을 그렸다. 체중도 5㎏나 늘렸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수많은 연습을 거쳐야 했다. 김희애는 일본어를 못한다. 일본어 대사를 일일이 한글로 써 자연스러울 때까지 익혔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읽지도 못했는데, 열심히 외워 지금도 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잠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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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이 저의 그전 이미지를 망가뜨릴려고 작정하셨다. 나도 그전 이미지를 없애고 싶은 마음이 있어 좋았다.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센 부산 사투리를 여러 종류 다 듣고 필터링했다. 문정숙 목소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희애는 한 인간으로 서서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피력할 수 있는 캐릭터에 동했다고 한다.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 ‘미세스캅’에서 연기했던 주부 형사와 함께 ‘허스토리’ 문정숙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이어 ‘우아함’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정반대다. 그냥 평범한 생활이다. 내가 더 우아하게 해야할지? 진짜로는 우아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희애는 7년 간격으로 드라마 하나씩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다. 그런 마음을 먹고 해왔는데,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이 자신에게 주어졌다. 그는 “행복하다. 앞으로 또 어떤 선물이 남아있을지 몰라 평소 운동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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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돼 한 쪽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김희애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낸 나문희 선배를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 “독방에서 연기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존경스럽다. 나도 위축되지 말고, 열심히 해서 존재감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
김희애는 김해숙-예수정-문숙-이용녀 등 위안부 할머니를 연기하면서 함께 한 선배들을 잊을 수 없다. “신 스틸러 이용녀 선배님은 신들린 연기를 하셨다. 김해숙 선배님과는 그전에도 작품을 함께 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각별하게 임하셨다. 문숙-예수정 선배님도 수다 안 떨고 간식을 조금씩 챙겨와 조용히 먹고 수능 준비하듯이 자신들 씬 찍고 긴장에서 빠져나오셨다. 순수함이 그런 거구나. 겉멋 안들고 배우의 결정체만 남은 분들이었다. 나도 자극받았다.”
김희애와 함께 원고단의 든든한 지원군 신사장 역을 한 김선영과는 좋은 애드립을 남겼다. 김선영이 김희애에게 뽀뽀를 한다거나 “젖이 작아졌네”라고 한 건 모두 애드립이라고 한다. 김희애는 “원래 애드립은 안좋아하는데 김선영의 연기가 대박이었다. CF에서 단번에 눈길이 간 배우였는데, 과장연기를 과장 아닌 것처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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