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전종서, “연기 하면서 제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전종서(23)는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오디션으로 발굴해낸 신예다. 그는 스크린 데뷔작에서 능숙하게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후반부에는 나오지 않아 아쉬울 정도였다. 전종서는 종수(유아인)와 벤(스티브 연) 두 남자를 끌어당기는 당돌함과 소녀의 순수함을 오가는 매력을 발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종서는 2017년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휴학 중 오디션을 통해 여주인공 해미 역에 캐스팅됐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면 연극영화학과에 가도록 부추기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나는 대학을 안가려고 했다. 뭘 가르치려고 하는지 불명확하다. 그 시간에 맞춰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학교는 성실하게 안 다녔다. 대신 밖으로 나와 연기 선생님을 찾았다. 연기는 배우는 게 아니라 본인이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이창동의 뮤즈라는 말이 나온다고 하자 “뮤즈인지는 이 감독님이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다”면서 “너무 보호받으면서, 사랑받으면서 촬영해 감독님께 감사하고, 다음 작품은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버닝’에 출연하면서 중요한 것을 체감했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영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고 했다.

“현실은 각박하고 슬픈 것이다. 그걸 위해 알바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세상은 세련되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점점 힘들어진다. 커피 한잔에 1만원이라는 게 말이 안되지만 이걸 먹어야 소통된다. 부모세대는 이해하지 못한다. 삶이 풍요로운데 우리는 더 각박해지는 미스터리를 담은 영화다.”

전종서는 “영화에서 우물의 유무, 고양이의 행방 등이 명확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있고 없고가 아니라 그것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면서 “앞으로 어딜 향해 가야하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이 행복할까는 계속 물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버닝’이라는 영화가 모호하고 신비적인 분위기여서 그런지 전종서의 인터뷰도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었다.

전종서는 “연기를 알아가는 게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제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너무 나만 고집해서도 않되지만 너무 휘둘려서도 안된다. 균형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발짝 떨어져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이번 영화에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유아인과 자유를 대하는 방식의 영특함이 잘 어우러진 스티븐 연 오빠한테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상의를 벗고 연기하는 파주 춤 장면은 힘들었지만 감독을 신뢰할 수 있어 잘 넘어갔다고 했다.

전종서는 다음 작품은 여성 주도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에도 해미가 여성으로 당당함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 여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표할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런 작품에 참가해보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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