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안아줘’에서 희대의 사이코패스로 나오는 허준호는 동물을 도살하듯이 사람을 죽였다. 칼이나 망치같은 무시무시한 흉기로 살해하는 장면을 보여줘 섬뜩했다. 감옥에 들어가서는 자서전을 써 그 인세 수입으로 역시 감옥에 있는 막내 아들의 영치금으로 사용했다. 최근에도 ‘주택가 피습 사건’과 ‘망치 배달 사건’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괴짜 법의학자와 초짜 검사의 공조를 그리는 ‘검법남녀’는 사체 클로즈업이 잦다. 법의학자는 사체를 해부해 장기를 꺼내고, 갈비뼈를 큰 톱으로 자른다.
‘무법변호사’도 어린 아이의 눈앞에서 엄마가 살해당하는 장면 등 잔인한 폭력 장면이 있었다. ‘스케치’에서 초반 임신한 여성을 강간하고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보면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기름진 멜로’에서도 조폭이 칼침 놓는 장면이 자극적이었다.
드라마가 지상파 3파전에서 케이블 채널인 tvN, JTBC, OCN이 이미 가세했고, TV조선과 채널A, MBN, 올리브, 드라맥스 등 다른 케이블도 차례로 드라마를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킹덤’이 방송될 예정이다. 웹 드라마는 올 상반기만 수십편이 공개됐다. 올해 지상파 케이블 드라마만 100편이 넘을 전망이다.
드라마가 많아지다 보니 선택을 받기 위해 자극성을 갖추고 있고, 장르물에서 그런 성향을 보이고 있다. 영화도 아닌 드라마에서 폭력 수위를 높인다는 건 문제가 있다. 스토리가 약하니까 자극적으로 찍는다는 말도 나온다. 모두 함께 생각해볼 문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