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늘고 삶이 윤택해 지면 그만큼 소비와 경쟁이 증가하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소비를 충족할만한 공급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때 국가는 몇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부족한 자원을 아끼고 활용해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주변 지역으로 확장해 추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추가 자원 확보 행위를 쉽게 ‘멀티(Multi)’라고 부른다. 우리가 자주 즐기는 전략 게임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용어인 멀티는 타 지역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해 세력을 늘리는 것을 뜻한다.
미주 한인은행들도 수년전부터 자원부족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바로 대표되는 의류산업, 부동산, 리테일 등에서 부를 축적한 한인들만으로는 더 이상 불어난 몸집을 감당할 수 없게된 한인은행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자신의 본진이 아닌 타 지역에 눈독을 들여 왔다. 본지 창간 13주년을 맞아 미주 한인은행들의 확장 전략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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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 뉴욕과 텍사스 동시 공략
한미은행은 지난해 11월 뉴욕에 입성했다. 은행의 역사와 규모에 비하면 한미의 뉴욕 진출 시기는 크게 늦은 편이다.
한미의 동부 진출은 엄격히 말하면 지난 2013년 텍사스 소재 유나이티드센트럴뱅크(UCB) 모회사인 센트럴뱅콥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UCB가 뉴욕시 스탠튼 아일랜드와 뉴저지주 에디슨을 포함 전국 7개 주에 2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수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뉴욕/뉴저지 진출을 이뤘던 셈이다. 인수 효과에 대한 여러 가지 말이 나왔었지만 당시 한미는 UCB를 합병하며 자산규모 43억달러, 예금고 38억달러, 대출 28억달러 그리고 지점 51개를 갖춘 미국 내에서 두번째로 큰 한인은행으로 자리매김한 효과를 누린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자체로서의 뉴욕 진출은 사실상 지난해 맨해튼 지점 개설이 그 시작점이다. 한미의 맨해튼 지점은 한미가 서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미진한 SBA 융자는 물론 홈에퀴티 라인오브크레딧 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또한 맨해튼 지점은 최첨단 기기인 ITM(Interactive Teller Machine)이 설치돼 영업시간이 끝난 후에도 고객들이 간단한 문의나 기본적 은행 업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뉴저지 포트리와 베이 사이드 LPO를 추가하고 동부 지역 영업본부를 신설, 제이 김 총괄 전무 및 본부장과 김동욱 동부 지역 영업본부 본부장을 임명해 보다 효과적인 동부 지역 공략 시스템을 갖췄다.
한미의 또 다른 중점 공략지는 바로 텍사스다. UCB 인수와 순차적인 지점 오픈으로 텍사스 내 기반을 다진 한미는 지난 5월 텍사스 휴스턴 소재 대만계 은행인 사우스웨스턴 내셔널 뱅크를 합병하며 단숨에 지역 내 최대 아시아계 은행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한미가 합병한 사우스웨스턴 내셔널 뱅크는 휴스턴, 슈가랜드, 리차드슨(2개 지점) , 플라노 ,그리고 오스틴 등 텍사스 일대에 6개의 지점을 거느리며 총 자산 4억 1100만달러, 대출 2억 6100만달러 그리고 예금 3억 4700만달러를 보유한 로컬 뱅크다.
한미는 이번 합병으로 총 자산 57억 1664만, 대출과 예금은 각각 46억 7435만달러와 47억 2510만달러로 증가했고 휴스턴과 댈러스 그리고 오스틴 등을 중심으로 하는 텍사스 지역에서 중국계이스트 웨스트와 시장 1위를 놓고 다투는 은행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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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크는 IT의 메카 실리콘 밸리로
올해 3월 상장에 성공한 오픈뱅크는 4월 북가주 샌타 클라라 지점(2998 El Camino Rea, Santa Clara, CA 95051, 전체 8호점)의 문을 열며 처음으로 남가주를 벗어났다. 북가주 한인밀집지역에 자리한 오픈뱅크의 샌타 클라라 지점은 상장 이후의 첫 지점이라는 것은 물론 남가주를 제외한 지역에서의 첫 영업망이라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픈뱅크의 민 김 행장은 “남가주를 벗어나 처음으로 북가주에 지점을 오픈하게 됐다. 보다 넓고 커진 영업망이 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과 기부, 그리고 봉사에 주력하는 오픈뱅크인 만큼 북가주에서도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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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한인은행 메트로시티은행은 ‘뉴욕으로’
애틀랜타에서 출범한 3대 한인은행은 동부, 특히 뉴욕을 노리고 있다.
애틀랜타 소재 3대 한인은행인 메트로시티, 제일IC 그리고 노아은행 중 뉴욕 진출의 첫 물꼬를 튼 것은 메트로시티은행이다. 메트로시티은행은 지난 2016년 12월 뉴저지 포트리와 뉴욕 베이사이드에 나란히 지점을 냈다. 앞으로 뉴욕 플러싱과 버지니아 애난데일 그리고 텍사스 휴스턴 등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조지아주 내에서도 도라빌 신사옥을 오픈하고 마리에타 라즈웰로드 선상 쇼핑몰 내에 이스트 캅 지점을 내는 등 확장에 충실한 경영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제일IC은행도 뉴욕 지점 개설이 코앞이다. 제일IC 은행은 오는 9월을 목표로 뉴욕주 한인은행들의 최대 격전지인 베이 사이드에 지점을 오픈한다. 지점 오픈과 동시에 기존 대출사무소는 폐쇄하게 된다.
2016년 초 뉴욕 맨해튼에 대출사무소를 개설했던 노아 은행도 더 이상 지점 진출을 미루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뉴욕주가 생각과는 달리 한인은행들의 숫자와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며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우리아메리카, 신한아메리카, KEB하나 등 한국에서 진출한 은행들은 본국과의 관계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고 뉴욕주 한인은행들인 뉴뱅크나 노아, 그리고 뉴 밀레니엄 등은 아직 자산 규모가 미비하다. 여기에 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퍼시픽 시티 뱅크)이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본진 LA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탁월하지 못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