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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택소유주의 에퀴티가 역대 최고치인 5조 8000억달러까지 급증했지만 소비심리를 깨워내지는 못하고 있다.
정보 분석기관 블랙 나이트의 최근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미 주택 소유주들의 에퀴티는 5조 8000억달러로 부동산 버블이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 2006년 당시 기록을 무려 16%(전분기 대비 7%) 뛰어넘은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미 주택 소유주들은 집값 상승에 따라 지난 한해 동안에만 평균 1만 4700 달러의 에퀴티를 늘렸고 에퀴티를 활용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만도 11만 390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에퀴티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주의 소비 심리는 여전히 차갑다.
주택 소유주들이 에퀴티 활용을 주저하는 것은 복합적이다. 우선 집에 쌓인 에퀴티를 담보로 ‘홈에퀴티 라인오브 크레딧’(이하 HELOC)을 사용하기에는 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 일반 모기지와 달리 변동 금리가 적용되는 HELOC을 활용할 경우 당장 목돈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향후 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실례로 현재 HELOC을 사용한 주택 소유주의 약 80%는 고정금리 4.5% 이하로 집을 구매했다. 전체 60%는 4%보다도 낮은 금리에 주택을 구입했다. 이에 반해 현재 금리는 4.8%(30년 고정 기준)을 넘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약 1%포인트 가깝게 금리가 뛰었고 연준이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다보니 에퀴티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HELOC 신청 건수는 지난 2년래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캐시 아웃 재융자의 경우 HELOC에 비해 증가세가 높다지만 점유율은 지난 4년래 최저치인 1.17%선에 그치고 있다.
캐시 아웃 재융자란 모기지 원금보다 많은 액수를 재융자해 모기지 원금을 갚고 나머지 금액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캐시아웃 재융자의 경우 크레딧카드 등 기타 부채에 비해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낮은 이자율로 높은 이자율의 부채를 갚는데 활용할 수 있다. 캐시아웃 융자가 HELOC과 달리 고정인 것도 장점이다. 단 캐시 아웃을 할때 재융자 금액의 1~2%에 이르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에퀴티 활용도가 낮은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부동산 경기 침체 당시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의 교훈이 재융자를 주저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택을 차압당한 경험이 있거나 부모 세대개 집을 빼앗기는 것을 목격한 청년층 주택 소유주일 수록 HELOC 이나 캐시 재융자 활용도가 낮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에퀴티(Equity)란?
현재 주택 가격(시세)에서 주택 구입 당시 빌린 모기지를 빼고 남은 액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현 시세가 60만달러인 주택이 있고 이 중 모기지가 30만달러라면 에퀴티는 집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만달러가 된다. 주택 구매 비용이 현 시세보다 낮으면 낮을 수록 더 많은 에퀴티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