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성희(28)가 최근 종영한 KBS ‘슈츠’에서 법무법인 강&함의 법률보조 사무 주임 김지나 역을 당차게 소화해냈다. “제 성격이 직업 특성과 안맞아 고민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고성희는 하나씩 부딪히면서 배우고 있다. |
종영 KBS드라마 ‘슈츠’서 김지나役
법정·짝사랑 연기 오가며 완벽소화
전작 ‘마더’서 호평…칸에 초청되기도
“현장에서 하나씩 부딪히며 배우겠다”
배우 고성희(28)가 최근 종영한 KBS ‘슈츠’에서 법무법인 강&함의 법률보조 사무 주임 김지나 역을 당차게 소화해냈다. 법률적 지식을 갗추고 조사와 연구를 돕는 고성희는 초짜 변호사 박형식을 만나 관계의 변화 과정을 잘 그려낸 것.
“처음에는 박형식에게 선입견을 지닌 채 경쟁 구도였을 때는 토닥토탁 싸우다가 제가 짝사랑을 하면서 관계가 발전하죠. 마지막에 박형식이 가짜 변호사인 줄 알면서도 기다리는 캐릭터에요. 이게 저도 100% 이해는 되지 않았어요. 키스신은 딱 두번이었어요.”
고성희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이어 두번째로 법정 드라마를 경험했다. 그래서 ‘마더’가 끝나자마자 ‘슈츠’ 촬영에 돌입하는 일정인데도 출연을 수락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도 검사를 한 적이 있어요. 전문용어가 포함된 대사가 많아 걱정을 했지만, 검사 역을 해본 경험이 있어 별로 공부를 안하고 들어갈 수 있었어요. 미국 원작보다 인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제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어요,”
‘슈츠’는 예상보다 훨씬 큰 반응이 나왔다. 미국 로펌의 이야기가 한국 시청자에게 먹힐까를 우려했지만, 리메이크를 가미한 한국판 ‘슈츠’는 큰 호응을 얻어냈다.
“시청자들이 딱딱할 수도 있는 ‘슈츠’를 지루해하시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지만 젊은 층과 중년층이 고루 좋아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시청층이 매우 넓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드라마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성희는 지난해 SBS ‘질투의 화신’,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이어 올해 tvN ‘마더’, KBS2 ‘슈츠’까지 쉴 틈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마더’에서는 혜나의 친모로 자식을 학대하는 자영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모성애를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자영 역을 맡는 게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혜나가 불쌍한 걸 떠나 자영 입장에서 연기했죠. 자영은 모성애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자영을 이해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원작이 일본 드라마인 ‘마더’는 리메이크작임에도 한국 드라마 최초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각인을 시켰다.
“칸에 갔다는 건 영광이고 저는 좋아하는 선배들과 함께 해 좋았어요. 아동학대 처럼 보기 힘들고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는 게 걱정도 됐지만, 이 문제는 분명히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확신이 있었어요. 가슴이 아프고 외면하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경각심이 생겼어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작품보다 기억에 또렸하게 남아있어요. ‘마더’는 혜나에 대한 학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엄마의 존재를 다뤘어요. 저는 아이가 없어 잘 모르지만 아이를 낳았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제가 엄마에게 받았던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반성하게 됐어요.”
‘마더’에 대해서는 특히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1990년생인 고성희는 경기여고를 거쳐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2년을 중퇴하고, 연기를 현장에서 배웠다. 국립외교원에서 외교관을 가르치는 교수인 아버지는 막내 딸이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해 교수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고성희는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체질에 맞았다.
“막연히 연기를 배우고 싶어 엄마 몰래 수시를 봐 연기예술학과에 덜컥 합격했어요. 연기가 뭔지 모르는 상태로 연기과에 진학한 거죠.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원을 나와 교수 길 을 걸으려고 했는데,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건 어울리지 않았어요.”
고성희는 현장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제 성격이 직업 특성과 안맞아 고민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고성희는 하나씩 부딪히면서 배우고 있다. 한때 연기력 논란이 났을 때는 2년 동안 휴지기를 가지며 여행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고 연기를 이어갈 힘을 얻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