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패션유통, 작지만 더 친밀하게

지난 12일 LA한인타운 인근 웨스트 할리우드 지역에 처음으로 문을 연 나이키의 디지털 기반 지역 특화 소규모 매장은 ‘Nike Live’의 모습. 사진=nike.com

미국 대형 패션 유통사들의 변화가 주목된다.

대형화 중심의 유통 구조가 최근 들어 작아지고 각 지역과 중심 소비층에 맞춘 밀착형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백화점 체인 노스트롬이다. 지난해 9월 LA한인타운 인근 웨스트 할리우드 지역에 소규모 체험형 매장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백화점이 평균 15만 스퀘어피트 안팎의 대규모인 것과 달리 이 매장은 1/40에 불과한 3000 스퀘어피트로 문을 열었다.

노스트롬 로컬(Nordstrom Local)로 이름 지어진 이 매장은 온라인 또는 모바일과 연동된 옴니 채널 형태로 운영된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쇼핑패턴을 일컫는 말로 주 소비층으로 떠 오른 밀레니어들의 소비 성향과 가장 근접해 있다.

지난해 첫 매장이 문을 연 때만 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 했지만 불과 1년도 안돼 안정적으로 매장이 운영되면서 노스트롬측은 LA다운타운 메이시스 백화점과 세라톤 호텔에 있는 ‘The Bloc’쇼핑몰에 추가 매장 개장을 위해 임대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노스트롬측은 앞으로 LA에서만 두곳을 더 늘릴 계획이며 미국내 주요 거점 지역에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지역 기반 체험형 매장을 추가 할 예정이다.

노스트롬으로 시작된 소규모 지역 특화 매장에 나이키가 불을 붙였다. 나이키는 지난 12일 노스트롬 로컬 매장 인근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에 ‘Nike Live’란 이름의 매장을 열었다.

과거 나이키 타운으로 대표되는 대형 매장과는 큰게 다른 것이 이번 매장의 특징이다.

나이키 타운이 모든 고객층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구비했다면 나이키 라이브는 자사의 모바일 앱인 ‘NikePlus’의 데이타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회원제 앱으로 개선된 이후 이미 1억 4000만명 이상이 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나이키는 앞으로 몇년안에 이 앱 이용자를 3억명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번에 LA에 문을 연 매장은 디지털 데이타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바로 바로 구매 할 수 있도록 했다.

나이키는 이미 지난해 7월 아마존닷컴을 비롯해 개인 취향에 맞춰 옷을 구독해 구매하는 스티치픽스와 협력에 소비자들의 원하는 사항을 보다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데이터 분석 업체 조디악도 인수해 이번 매장 성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LA 한인타운 인근 멜로즈 애비뉴8552 Melrose Avenue)에 위치한 이 매장은 외관상 흔히 볼수 있는 이지역 작은 매장과 큰 차이가 없다.이 지역 특성처럼 건물 외관에는 독특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나이키 타운 매장 처럼 크고 화려한 간판도 없다.

매장에는 ‘Apple Genius Bar’처럼 고객 1대1 맞춤 상담 및 구매가 가능하도록 ‘Express’세션을 운영중이다.

신발과 의류는 매장에 저녁, 야외, 사무실 등 다양한 생활 환경에 맞게 조명을 설치해 해당 제품을 직접 입거나 신어 보면서 최적의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러닝머신 등 간단한 운동기구도 설치해 직접 새 제품을 착용하고 시험해 볼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충성도 높은 앱 사용자를 위해 매장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무료 선물을 받도록한 마케팅도 눈길이 간다.

제품 구성은 철저하게 이 인근 지역 나이키 플러스 앱 사용자들의 데이타와 구매 패턴을 바탕으로 채워진다. 나이키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난해 1400명이 넘는 직원을 구조조정 한 바 있다.

그 사이 오프라인 영업에 집중했던 상당수 스포츠 패션 브랜드와 소매 체인들이 앞다퉈 파산이나 파산보호에 이르는 등 시장은 급변했다. 덩치가 가장 커 움직임이 둔한 것 같았던 나이키가 이번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 특화 매장 선점에 나선 것.

나이키는 앞으로 LA를 시작으로 뉴욕, 런던, 상하이, 베이징, 도쿄, 파리, 베를린, 멕시코 시티, 바르셀로나, 서울, 밀라노 등 전 세계 12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매장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두 기업의 디지털 중심 지역 특화 소규모 매장 진출이 당장 시장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생각 보다 빨리 유통 환경이 이와 같은 형태로 바뀔수도 있다는 전망도 많다.

현재 소비 중심인 밀레니엄 세대와 차세대 주축인 Z세대의 구매 성향을 보면 타 업체 보다 한발 앞서 가는 노드트롬과 나이키의 행보와 변화에 주목해야 LA지역 한인 의류 업계도 현재 어려움을 딛고 재도약을 만드는 계기로 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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