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발버둥 쳐도 어차피 인간은 죽어. 따지고 보면 아무 이유가 없는 게 인생이야. 죽음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이유가 없는 살인이 있는 거야.”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사이코패스의 궤변인가? 배우 허준호<사진>는 ‘군주’의 국정농단 세력인 양수청 우두머리를 할 때도 무서웠지만, ‘이리와 안아줘’에서는 차원이 다른 무서움을 선사했다.
생애 첫 사이코패스 연기에 도전한 배우 허준호가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의 새 역사를 썼다. MBC ‘군주’와 영화 ‘불한당’으로 데뷔 32년,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기 시작한 허준호가 MBC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극과 극을 오가는 사이코패스 열연으로 값진 성과를 이뤄낸 것.
‘이리와 안아줘’는 허준호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로 활약을 펼쳤지만 연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연기는 처음이었다. 이에 허준호는 차별화된 허준호만의 윤희재를 그려냈고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알렸다.
이제 사이코패스 하면 허준호를 떠올릴 정도로 허준호는 그가 연기하는 윤희재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해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극 초반부터 몰아친 악행에 회를 거듭할수록 더해지는 악랄함, 비틀린 부정에서 시작된 끝을 모르는 집착은 안방극장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단숨에 허준호 이름 석자에 ‘악역 끝판왕’의 수식어를 붙여놓았다.
허준호의 호연은 계속됐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표정과 눈빛으로 그려낸 그의 악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중적인 사이코패스의 감정선을 매끄럽게 이끌며 긴장감을 높인데 이어 브라운관 밖까지 전달, 오감을 자극하는 허준호의 섬뜩한 연기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흐름을 주도하며 매회 호평을 얻었다.
이런 허준호의 폭발적인 열연은 조연과 주연 역할을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드라마 ‘보고 또 보고’, ‘나쁜 친구들’ 그리고 영화 ‘실미도’ 등 무려 32년간 탄탄한 기반을 다졌고 그 연기 내공을 ‘이리와 안아줘’에서 십분 발휘하며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허준호는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사극부터 액션, 멜로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며 ‘제 2의 전성기’라는 최고의 찬사까지 이끌어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