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고뇌하는 지식인 변요한 눈빛에 담아내다

배우 변요한이 분열하는 캐릭터를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로 지식인의 딜레마와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빈둥빈둥 노는 부잣집 아들 룸펜, 요즘 말로 하면 개념 없이 갑질하는 재벌3세 같지만 시대의 다기한 흐름을 미세하게 읽어내고 있다.

19세기말 부모의 돈으로 일본에 유학하고 귀국해(공부하고 왔는지 놀다가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김희성의 행태만 봐도 어떤 인물인지는 짐작이 간다.

28일 방송된 tvN ‘미스터 션샤인’ 7화에는 김희성(변요한)이 유진 초이(이병헌)와 자신의 집안 사이에 얽힌 악연의 비밀에 더 가까워지는 모습이 그러졌다.

김희성은 생년과 부친의 함자를 묻는 유진의 눈빛을 보고 자신의 집안과 악연이 있었음을 짐작했다. 글로리 호텔 복도에서 유진을 만난 김희성은 그에게 횡포의 주체가 자신의 조부인지 아버지인지 물었으나 유진은 부모에게 직접 물으라며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김희성은 본가의 노비를 통해 비밀을 추적해 나갔다. 노비는 얼마 전 미군이 찾아와 소란을 피웠고 희성의 부모가 30년 전 일했던 비복들을 찾고 있음을 알렸다. 김희성은 미군의 외양이 조선인이었다는 노비의 말에 미군이 유진임을 알아챘고 그가 노비를 찾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김희성은 자신을 비난하는 눈빛에 익숙할 정도로 조부와 아버지의 그림자에 짓눌려 살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집안의 횡포에 대해 반성적 인식을 가졌다. 조선 최고 부잣집 도련님으로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적인 본성으로 인해 끝없이 고뇌하는 등 아픔을 간직한 인물이다.

변요한은 면전에서 자신을 싫어한다고 하는 상대를 향해 진심으로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김희성의 복잡한 심정을 우수에 젖은 눈빛과 씁쓸하면서도 옅은 미소로 그려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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