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량·발성, 유려한 랩에 탄성·열광
압도적 퍼포먼스·인종차별 비판 가사
시대 통찰 ‘힙합계 마틴 루터 킹’ 별명
그래미상 12회…퓰리처상 수상 화제
과연 켄드릭 라마였다.
‘힙합의 제왕’ 켄드릭 라마(31·Kendrick Lamar)가 75분동안 한국관객을 흔들어놨다. 조금만 쉬어도 관객들은 “켄드릭” “켄드릭”을 외쳤다. 그는 교주 같았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KENDRICK LAMAR>는 2만여명의 한국 관객이 열광하면서 이열치열 현장이 됐다.
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공연이었다.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 무대에 이어 한국 무대에 섰다. TV에서만 보던 켄드릭 라마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관객들은 그의 한단계 위인 성량과 발성, 유려한 랩에 탄성을 질렀다. 관객들은 점점 열광하는 듯했다.
2만여명 모두 스탠딩석이었다. 성인인증절차를 꼼꼼하게 해서인지 20대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30~40대도 가끔 눈에 띄었다. 기자도 무대 앞에 서서 봤다. 점점 빨려들어갔다.
그는 20여곡 넘게 불렀다. ‘DNA’ ‘ELEMENT’ ‘BUZZIN’ ‘KING KUNTA’ ‘BIG SHOT’ ‘GOOSEBUMPS’ ‘COLLARD GREENS’ ‘SWIMMING POOLS’ ‘LOYALTY’ ‘MAAD CITY’ ‘BDKMV’ ‘ALRIGHT’ ‘HUMBLE’ ‘ALL THE STARS’ 등을 유려하게 불러나갔다.
그의 노래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부분이 있었다. 라마가 비트를 따라 노래를 부르고 흑인 여성의 관능적인 춤이 곁들여졌다. 스크린에는 중국과 태국 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방영됐다.
그의 무대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했다. 탁월한 비트에 자유로운 래핑, 거기에 완성도까지 갖춘 그의 무대는 이미 한국 20~30대의 정서에도 깊숙이 들어온 듯했다.
이날 무대에서 선보인 노래들을 한국의 클럽에 계속 틀어놓으면 가장 핫하고 트렌드한 공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켄드릭 라마는 관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와 시대를 통찰하는 가사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힙합 뮤지션이다. 가사에는 욕도 있지만, 부조리한 삶에 대한 성찰 등 완성도와 수준이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4장의 정규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12차례 수상했으며, 지난 4월에는 힙합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언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퓰리처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그의 앨범을 “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이 지닌 복잡성을 강렬한 글로 보여주는 언어적 진정성과 리드미컬한 활력으로 묶은 명곡 모음”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 발표한 ‘To Pimp a Butterfly’ 등에는 흑인의 억압된 삶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 ‘힙합계의 마틴 루터 킹’으로도 불린다.
이날 내한공연에서 켄드릭 라마는 2017년 발표한 명반 ‘DAMN.’ 수록곡들을 대거 불렀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던 ‘HUMBLE’과 독보적인 래핑이 돋보이는 ‘DNA’ 등으로 관객을 그의 세계속으로 끌여들였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유혹적인 켄드릭 라마의 무대를 본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