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 박민영은 무엇을 잘했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성공한 로맨스물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비서계 명장’ 김미소를 연기한 박민영이 잘한 게 무엇일까?

첫째, 체중을 4㎏이나 빼고 의상에도 신경을 써 사랑스러운 김미소를 만들어냈다.

둘째, 연기도 잘했지만 특히 목소리와 발음이 잘 들려 대사전달력을 높였다.

셋째, 연기할 때 눈빛과 표정이 좋아 빠져들게 만들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크게 히트한 비결중 하나가 박서준과 박민영의 연기와 이들의 ‘꿀케미’다.

박민영은 로맨틱 코미디에 처음 도전하면서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12년전인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에서 운동장을 뛰던 여고생 강유미 시절의 귀여움을 상당 부분 유지한 채 원숙함이 더해졌다.

“그룹 부회장 비서는 외적인 면도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원작과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살을 빼고 식단을 조절했다. 블라우스는 2만원짜리부터, 극중 부회장이 사준 100만원짜리까지 다양하게 입었다. 가방은 애인인 부회장이 사준 거니까 명품이다. 타이트한 펜슬스커트는 요즘 안입는다고 해서 제작 해서 입었다.”

박민영은 김미소가 ‘비서계의 레전드’로 일처리도 확실했으므로, 말하는 속도도 빠르고 발음도 정확해야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딕션이 안좋아 판소리도 해보고, 발성 시도를 많이 해봤다. 특히 사극을 할 때 얻은 게 많았다”면서 “배우로서 전달력이 떨어지면 안되겠구나 하고 생각했고, 이번 역할인 비서가 부회장에게 발음을 잘못하면 업무적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다. 혀도 게을러질 수 있어 촬영장에서는 수시로 카라멜로 풀면서 발음이 자연스러울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박서준(이영준) 부회장과의 ‘케미’도 그냥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와 관계 등을 세심하게 파악했다. 로코는 남녀 케미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장르인 만큼 영준과의 호흡에 신경을 썼다. 박서준은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 하니라 상대의 말을 듣고 리액션을 잘 맞춰주었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미소가 영준을 대한 게 9년이다. 오피스 와이프라고 할 정도다. 영준의 장단점을 다 알고, 영준이 나르시시시즘의 끝판왕임을 알고 있다. 미소의 말투는 사무적이고 상사를 모시는 입장이지만, 엄마처럼 잘 다독인다. 그래서 부회장의 스케줄이 차질 없도록 하는 것도 미소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맨스물로는 식상한 부분도 있었고 16부작으로 끌고가기에는 서사의 내용이 부족하기도 했다.

“오히려 클리셰 범벅이라 좋았다. 여기서 할 것 다 해보자. 놀이공원 폭죽, 회전목마 타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클리세입니다’라고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설렜다. 영준과 미소는 둘 다 ‘모솔’(모태솔로)이다. 놀이공원에서 식상한 애정표현도 해보지만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가지고 산다.”

박민영은 “처음부터 10~15회에는 힘들거라고 알고 시작했다. 감독님도 10회까지는 휘몰아치고 그 다음에는 너네(박민영과 박서준)가 잘해야지 라고 하셨다. 캐릭터를 잘 만들면 서사가 없더라도 인물에 대한 애정이 생길 거라고 봤다”면서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을 때도 항상 재미있게 찍었다. 특히 박준화 감독님은 배우에게 귀기울여주고 현장에서 항상 웃었다. 로코를 위해 태어난 감독 같다”고 했다.

박민영은 ‘김비서’는 자신에게 선물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내가 원래 호감도가 높지 않았다. 초반 반발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 열심히 해보자. 이런 게 동기부여된 측면도 있다. 저를 계속 채찍질했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했다.”

박민영은 술취한 장면 등 유독 굴욕샷이 많았다고 했다. 베드신에서는 직접 아이디어까지 냈다. “리본은 내 아이디어다. 단추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어디까지 나올 것인가? 단추를 푸는 것보다 리본을 푸는 블라우스를 생각했다. 리본이 기니까 한복 자락 같기도 했다.”

박민영은 김미소라는 캐릭터를 사랑했다. 처음부터 미소 캐릭터의 주체성을 좋아했다. 미소가 상견례에서 “이런 식으로는 결혼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점, 직장 후배를 혼내다가도 금세 친해질 수 있는 현대여성의 워너비 같은 면이 있었다.


“미소는 10년간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 있었다. 비서를 그만 두는 것은 돈이 아니라 미소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서다. 미소의 자아찾기였다. 그 자체가 공감이 갔다. 실제로 나도 배우로서 20대에 슬럼프가 왔을 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결국 연기할때 내가 가장 행복해하더라는 걸 깨달았다. 미소도 결국 비서라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스스로 알게된다. 원작이 좋았던 것은 미소가 그만두는 과정에서 다시 일을 해야하는 지점에 대한 설명이 확실했다는 점이다. 미소가 처음부터 비서 일을 잘한 건 아니다.일본어 하나 못해 구박을 받기도 했다. 영준이 미소를 키워야겠다고, 악마 선생이 돼 미소를 엘리트로 키워가지 않나.“

박민영은 실제로는 김미소와 달리 집에 가면 아무 것도 안한다고 했다. 강아지를 안고 멍 때린다. 엄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 하지만 작품 할때는 힘이 난다. ”남에게 피해주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현장에서 피해주는 게 싫었다. NG를 안내려고 잠을 안잤다. 그래서인지 미소의 대사가 입에 잘 붙었다.”

박민영은 평소 진중한 듯 하지만 웃기는 걸 좋아한다. ‘범인은 바로 너’에서 넘어지고, 망가지는 걸 다보여주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자신은 개그 담당이라고 했다. “너무 진중한 역할을 하니까 이미지가 박힌 것이지 친구들은 내가 로코 나오는 걸 좋아했다. 술 먹고 흥 넘치는 것까지 아니까.”

박민영은 박서준과 열애설이 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영준과 미소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극중 사랑하는 감정이 솟구칠때 마무리를 잘 했어야 했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 면도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다“면서 “미소와 영준을 계속 사랑해줬으면 고맙겠다, 연인으로 관심이 쏠리면 섭섭하다. 애인 관계가 아니지만, 빌미를 제공했다면 내탓인가? 촬영장에서 내가 너무 친하게 대했나? 제작진에게 해를 끼치는 듯 해서,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언급조차 하고싶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에는 ‘자뻑’ ‘똘끼’ 충만한 미소 같은 역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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