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회담 공개하자”ㆍ조명균 “제가 수줍음 많아서”

[사진제공=연합뉴스]

-리선권, 또 고위급회담 공개 진행 주장
-대화 기선 제압ㆍ南 보도 불만 표시인 듯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세 번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회담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은 또다시 회담의 모든 내용을 취재진에 공개하자고 깜짝 제안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조명균 통일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와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회담에 돌입했다.

이날 회담은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 날씨 등을 화제로 덕담을 이어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리 위원장은 모두발언 끝무렵 돌연 “언론이라는 게 여론을 조성하는 근본바탕이고 그들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여론 방향이 달라지면서 좋은 것이 나쁜 것으로 와전될 수 있고 선의적인 게 악의적으로 매도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담을 공개리에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리 위원장은 이어 “민족 화해ㆍ단합을 이뤄가는 데 민족구성원들 공동책무들이 있다”며 “이렇게 공개해 다 보는데서 우리가 일문일답, 견해, 토론하면 기자들이 듣고서 잘못된 추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남측 언론에 대해 생각하는게 고의적으로 그러기야 하겠나, 회담 실황 모르니깐 추측한 게 이렇게 잘못되지 않았는가 혼자 생각해봤다”면서 “회담 문화를 바꿀 때가 됐다. 골뱅이 갑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제한되게 하지말고 공개되게, 투명되게, 보다 공정하게 알려질 수 있게 회담할 필요가 있다”며 회담을 공개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기본적으로 리 단장의 제기 취지에 이의 없다”면서도 “공감하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서로 간에 툭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면 고려할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제가 수줍음 많아서 기자들, 카메라 지켜보는 앞에서 말주변이 리 단장보다 많이 못하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에 다시 리 위원장은 “시대, 또 민족을 선도하자면 당국자들 생각이 달라져야 된다”며 “성격과 말주변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우리 민족에게 호상(상호) 견해를 충분히, 또 정확ㆍ전달하는가하는 중대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특히 “회담이라는 건 호상 견해가 일치돼야 되는 것인 만큼 남측에서 끝끝내 거절하면 할 수 없는데 북측 기자들이라도 놔두랍니까”라면서 북한 기자들에게만이라도 공개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이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리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회담은 이전처럼 모두발언 뒤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리 위원장은 “다음부터는 꼭 기자들 있는 자리에서 하자. 그러면 오보가 나올 수 없어, 편파보도가 있을 수 없다”면서 “왜인지 북남회담에서 좋은 문제가 논의되고 발전적 견지에서 문제들이 협의되는데 이상하게도 글들이 나가는 게 있다. 이거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최선의 방도가 회담 자체를 공개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생각해봐야…”라며 향후 회담이 열릴 경우 취재진에게 공개하는 문제를 또다시 제기할 것임을 예고했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과 만난 지난 1월과 6월 고위급회담 때도 회담 공개를 제안한 바 있다.

리 위원장이 관례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회담 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를 내밀음으로써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와 함께 남북관계와 관련한 일부 남측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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